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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4. 2018

우편

마음을 전하는 방법

지금은 아주 가끔 편지를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편지보다는 이메일, 이메일보다는 문자, 문자보다는 카톡 같은 것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순간 메시지는 빛의 속도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생각을 고르고 다시 한번 살펴볼 틈도 없다. 그리고 많이들 후회를 한다. 편지는 이렇게 후회할 수 있는 순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달할 때 한 번 더 보고 또 한 번 보고 수정하면서 심사숙고한다. 마침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우편을 통해 보내지만 그 사람이 그 편지를 보고 피드백이 오는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천안의 태조 산기슭에 가면 우정공무원교육원 1층에 우정박물관이 만들어져 있다. 우체국이 우편보다 택배 물건을 더 많이 취급하는 요즘 편지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옛날에는 주변에서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우정박물관은 충남 천안시 동남구 양지말 1길 11-14에 있다. 공무원 교육원과 시설을 겸하고 있어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는 곳이기도 하다. 

근대우정의 시작은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홍영식 선생이 우정총국을 설치하고 이후에 2000년 우정사업본부 출범을 지나 그 시간 동안의 우정의 발자취와 사료를 전시하여 관람객들에게 많은 정보와 문화를 전달하고 있다. 

우편조차 통신망을 이용한 통신에는 속도가 한참 느리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였다. 사람들의 기원을 전하기 위한 솟대는 신앙적인 역할을 했고 연기나 불꽃을 피워 정보를 전달하는 봉수와 소리를 내어 그 의미를 알리는 용고는 간접적인 수단이지만 직접 사람이 정보를 전달하는 파발이나 말을 타고 정보를 전달하는 우역등이 오랫동안 통신수단으로 자리해 왔다. 

전 세계의 각종 우표를 만들어져 있는데 우표는 각국마다 달라 근대 다단계 사기를 위해 악용되기도 했었다. 우편요금의 납부를 증명하기 위해 우편물에 첨부되는 것이 우표다. 우표의 창안자는 서점과 인쇄업을 하던 영국의 J. 차머스(1782~1853)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최초의 우표는 영국의 우편제도를 개혁한 R. 힐(1795~1879)에 의해 1840년에 발행되었다고 한다. 

우정총국의 개국과 함께 발행된 문위우표는 한국 최초의 우표로 발행일은 1884년 11월 18일, 인쇄처는 일본 대장성 인쇄국이었는데 이때 발행된 우표는 액면이 5문, 10문, 25문, 50문, 100문의 5종이었다. 

우리나라 최초 우역에 대한 기록은 신라 소지마립간 9년으로 이때 사방에 우역을 두고 우역을 맡은 관청이 있었고 우역에서 우는 걸어서 전하는 것이고 역은 말을 타고 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고대국가로서의 틀이 확립된 고려시대에는 상당히 큰 규모로 무역 소에서 우역을 담당했고 조선시대에는 고대국가의 우역에서 근대국가로 들어가는 우정으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고대국가에서 관청을 통해 운영되는 우역은 주로 공공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민초들에게도 이런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정보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역할은 대부분 상인들을 통해 하지 않았을까. 생존을 위해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이 오랜 시간 자신의 일을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과거의 장면은 긴급한 군사정보와 변경의 급보, 화급한 공문서를 전달하는 파발일 것이다. TV의 역사드라마 장면에서 적지 않게 이런 모습이 등장한다. 봉수보다 전달 속도가 느리지만 보안유지가 쉽기 때문에 군사정보 전달이나 행정 전용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의 우정으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고종대 의금부 도사로 입사한 장화식, 대한제국 통신원의 초대 총판 민상호, 조선 전보 총국 초대 총판인 홍철주, 우정총국 초대 총판인 홍영식은 근대우정을 자리 잡게 한 책임자였다.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집배원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아직까지 우편은 사람들의 손을 많이 가게 하는 통신수단이다. 도심에서야 밀집되어 있어 비교적 어렵지는 않지만 산간도서지역까지 단 한통의 우편을 들고 가는 사람들은 바로 집배원이다. 비용의 논리대로라면 통신 소외지역이나 세대일 수 있지만 사람이기에 온기가 저 끝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편지 하나에 사람들은 서로 간의 소식에 웃고, 웃는다. 종이 한 장에 적힌 소식에 희망과 용기가 불어넣어져 있다. 메시지는 다르지만 제임스 M.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라는 책을 보면 기회를 한 번 더 주지만 그것을 잡지 못하는 프랭크와 코라가 등장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집배원이 누르는 벨 소리가 그렇게 반갑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포스트맨은 행운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마음을 전하는 데 있어서 말보다 글이 훨씬 효과적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글 속에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고 단편적인 말로서 전달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써넣을 수 있다. 오래간만에 글을 써서 당신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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