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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5. 2018

노을이 물드는 언덕

다시 찾은 거제에서

인간이 만든 어떠한 발명품으로도 아름답게 물들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해 질 녘의 노을은 자연이 매일 인간에게 선사하는 멋진 풍광이며 색채의 향연이다. 어제 진 노을은 오늘 같을 수 없고 내일은 어떤 색깔로 지게 될지 모른다. 거제도의 부속섬 중 하나인 가조도는 노을이 물드는 언덕이 있는 곳이다.  2009년 7월 13일 창호리와 성포리를 잇는 가조연륙교의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되었다. 


거제도는 여러 번 와봤지만 가조도는 처음 찾아가 보는 곳이다.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는 우리나라에서 수산업 협동조합이 처음 설립된 곳으로 현재 수협 효시 기념공원의 조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거제시는 국비 등 67억 원을 들여 7천716㎡ 부지에 기념탑과 역사전시실, 휴식공간, 생태공원 등을 조성하고 있었다. 

가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주변을 둘레길처럼 돌아볼 수 있도록 산책길로 조성이 되어 있는데 태양광 등이 설치되어 주변 전력의 일부를 충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 마무리가 안되었지만 2~3월 중으로 완공을 하고 시민들에게 공개될 듯하다. 

아직 정식 오픈이 되지 않아서 사람들은 없는 상태이다. 다음번에 다시 거제도를 내려올 때면 시설이 운영되어 사람들이 나들이차 휴식을 즐기고 있을 것 같다. 

옛날에는 가지매섬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 섬은 거제도에 딸린 섬으로 거제도를 돕고 보좌한다는 뜻에서 가조도라 부르게 되었으며, 이러한 연유로 가좌도(加佐島)라고도 불린다.  면적은 5.78㎢이고, 해안선 길이는 20.3㎞이다. 거제시에서 칠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사실 노을은 햇빛이 수증기나 미세먼지 등 하늘에 있는 부유물질과 부딪치며 생기는 현상에 불과하지만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으니 따질 것은 없다. 

섬의 북부 지역은 옥녀봉(332m)을 주봉으로 하고 중앙의 좁은 지협부에 의해 남북 두 개의 지역으로 구분된다. 거제의 바다는 남해바다의 푸르름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곳이다. 푸르른 바다 위에 떠있는 어선은 마치 냉면 위에 고명처럼 없으면 심심한 풍경 속의 맛처럼 느껴진다. 

보통 거제도의 가볼만한 곳을 말할 때 바람도 쉬어 간다는 바람의 언덕이나 흑진주보다 아름다운 몽돌해변을 꼽지만 구석구석에 개발이 되지 않아 알려지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아쉽게도 노을이 지는 때에 맞춰 가지 못해 일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수는 없었지만 다음에는 기회가 있으리라. 

거제시가 가조도에 노을이 물드는 언덕을 조성한 것은 약 15년 전으로 6억 원을 들여 창호 마을 3974㎡ 부지에 광장과 화장실 등을 구축하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가 잘 어울리는 이곳은 님에 대한 그리움이 있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잘 스며들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설이 있는 봉우리는 아마도 옥녀봉일 것이다. 믿기 힘들다면 지도에서 옥녀봉이라고 치면 수많은 옥녀봉이 대한민국 이곳저곳에서 검색이 된다. 가조도의 옥녀봉은 태고 때 하늘의 옥황상제 딸이 죄를 짓고 이 땅에 내려와서 산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옥녀라고 불렀다고 한다. 정상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고 동백나무가 주변에 심어져 있다. 

겨울이지만 겨울 같지 않은 거제도는 온화한 기온의 남해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바다를 황금빛으로, 주홍빛으로, 붉은 빛나는 노을을 상상해 본다. 확률적으로 내일도 해가 뜨겠지만  노을을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며 사라지는 태양의 배려다. 사등면 가조도는 작은 섬이지만  조용한 거제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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