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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9. 2018

노인과 바다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인간은 죽임을 당할지는 몰라도... 지지는 않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 노인과 바다에서 나오는 문구다. 1차 세계대전에도 참전했던 헤밍웨이는 쿠바 하바나에서 머물면서 10년 동안 글을 하나도 쓰지 못하며 작가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다고 생각했었다. 글로 살아가는 사람이 글을 못 쓴다는 것은 생명의 끝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낚시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헤밍웨이는 낮에는 소일거리로 낚시를 하고 밤이면 바에서 후로즌 다이키리를 마셨다. 쿠바의 도시 샌차고 교외에 있는 광산의 이름인 다이키리는 노동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즐겨마시던 술이었다. 


헤밍웨이의 '해류 속의 섬들'에서 후로즌 다이키리가 등장하는데 이 칵테일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크리스털 살인사건에서도 등장하기도 한다. 쿠바는 더운 지방이라서 시원한 칵테일이나 호세쿠엘보 같은 테킬라가 어울린다. 필리핀의 휴양지 세부를 간 것이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호세쿠엘보를 자세히 보면 제품명 위에 동전 같은 것이 있는데 이는 1907년, 1910년, 1923년에 수상한 세계적인 상을 의미한다. 

어릴 때 읽어보았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혼자서 바다에 맞서는 늙은 어부의 내면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평생을 써온 필력과 철학을 집약해서 표현한 노인과 바다에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짦막한 대화와 독백이 있어서 그런지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던 것 같다. 

필리핀 세부에서도 참 많은 현지인들을 만났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노인과 환한 웃음을 가진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삶은 팍팍하지 않고 긍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나이 든 어부 산티아고는 바다에 나갔지만 84일이나 고기를 잡지 못하다가 85일째 거대한 청새치를 잡고 죽음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잡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이 청새치를 모두 뜯어먹어서 항구에 돌아왔을 때는 청새치의 뼈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쿠바에 살던 노회 한 어부는 여전히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며 나이에 걸맞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희망을 잃지 말고 살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고마움 그리고 다정함이 있어서 좋다. 조금은 천천히 가도 좋지만 사람들은 빨리 가려고 안달이다. 천천히 가며 집약된 에너지는 언젠가는 폭발할 날이 온다. 지금에 급급해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나중에 쓸려고 보면 남아 있는 에너지가 없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는 노인과 인간의 티끌 같은 시간보다 오래 남아 있을 바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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