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Feb 20. 2018

총각김치

처음 만들어보는 김치 

개인적으로 무엇이든지 전문적으로 잘하는 사람에게서 제품이나 음식을 구입하자 주의였는데 최근에는 필자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먹고 맛있어하는 모습을 보니 즐겁고 글의 색채를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 전문적은 아니더라도 가끔 음식을 해보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장을 할 줄 아는 젊은 이들이 줄어드는 이때 역행(?)하는 것 같지만 뭐 하고 싶은 것은 바로 하는 주의라 그냥 무작정 총각김치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4시간-재료 구입하는 시간 제외)에 만들 수 있지만 해보니 살짝 버거웠다. 역시 글이나 써야 하나. 


강경은 축제 등을 찍으러 가기도 하지만 1년에 5~6번 정도는 가는 곳이라서 익숙한 곳이다. 최근 근대문화 코스를 추가로 개발하고 있어서 일제시대와 근대문화유산을 만나볼 만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산도 있기는 하지만 충남과 대전 등에서는 강경이 가까우니 이곳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일제시대에 강경은 인기 있는 곳이었는데 하루 2~3만 명이 모여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다. 1990년 금강하구둑으로 인해 쇠퇴가 빨라지기 시작하자 1990년대 후반에 강경 젓 갈축 제등을 개최하여 다시 지역 활성화를 하여 젓갈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강경에 젓갈을 사러 가실 분들은 이곳의 상당수의 젓갈가게들과 시장은 화요일에 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듯하다. 그래도 몇 곳이 하는 곳이 있어서 들러 보았다. 새우젓은 저온에서 숙성되기 때문에 토굴이나 이렇게 냉장 시절이 되어 있는 곳에서 오랜 시간 보존이 된다. 총각김치를 담가 보려는 이유는 규격화된 김치 맛의 한계 때문이다.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재료도 보편화된 것을 사용해야 하고 좋은 것을 쓰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것이 시장의 반찬가게에서 파는 반찬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 

이런 좋은 육젓을 사용하면 맛이 조금 더 좋긴 하겠지만 고민이 된다. 씹는 맛이 생각보다 짜지 않고 풍부한 살 덕분에 풍미를 더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이것보다 조금은 잘은 육젓을 살까 아니면 평타를 칠 수 있는 오젓을 살까 무척 고민했다. 가장 좋은 육젓은 적당한 오젓 가격의 네 배에 이른다. 필자에게는 음성의 좋은 고춧가루가 집에 있었다. 우선 그 저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음력 오월에 새우로 담근 오젓, 유월에 잡힌 새우로 잡힌 육젓, 삼복 지난 후 잡힌 새우로 담근 추젓, 겨울에 잡힌 새우로 담근 백하젓등이 있는데 아무래도 가성비는 오젓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이 정도 크기의 오젓은 500g 정도인데 이날 담글 총각김치에서는 1/5 정도 사용할 듯하다. 뭐 조금 더 사용하면 어떻겠는가. 사장님의 마인드를 보니 믿을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총각김치를 담그기 위해 이곳에 새우젓과 멸치액젓을 사러 왔다고 하니 서비스가 더 좋아진다. 그런 남자가 드문 것일까. 아니면 이 집으로 찾아온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없었던 것일까. 

이걸 섞어서 넣을까 말까를 한 3분쯤 고민했다. 이 새우젓은 조금 걸고 굵어서 갈아서 넣어야 한다. 그러나 이 새우젓을 넣으면 무척 시원해질 수는 있다. 오젓이나 육젓이 깊은 맛을 낸다면 이걸 넣으면 시원한 맛을 만들 수 있다. 어느 쪽이 우선일까. 우선 기본으로 가보기로 했다. 오젓보다 더 저렴한 새우젓에 함께 섞여 있는 것도 있었으나 깊은 맛 쪽을 따르기로 했다. 다음에는 시원한 맛과 깊은 맛을 함께 시도해봐야 할 듯하다. 첫맛에는 시원함을 먹으면 먹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그런 김치 말이다. 

이제 기본 재료는 구했으니 시장으로 총각무(총각무)를 사러 시장으로 들어왔다. 이번에 담글 양은 세단 정도이니 한동안(집에서 많이 먹지 않으니...)은 먹을 수 있을 듯하다. 가을의 총각무는 맛있지만 겨울의 총각무는 살짝 쓴 맛이 난다. 그리고 꼭 총각무의 무가 단단한지 살펴봐야 한다. 무청까지 같이 담그기 때문에 신선한 것도 잘 살펴본다. 

고춧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분이 15% 이하가 되도록 건조해야 한다. 자연 건조한 태양초가 화력으로 건조한 화건초보다 좋겠지만 대부분 괜찮은 고춧가루는 햇볕에 말린 후 반태양초로 만들어진다. 괜찮은 고춧가루는 냄새부터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총각무를 비롯하여 쪽파, 마늘, 찹쌀, 소금(신안 소금이지만 간수가 덜되서 아쉬운), 새우젓, 고춧가루, 멸치액젓, 양파, 설탕, 생강(안 넣을까 고민하다가 넣는다. 김치 먹다가 생강 씹으면 기분이 안 좋았던 기억 때문이지만 생강은 맛에 2%를 채워주기는 한다.)을 준비해본다. 

찹쌀과 물을 넣고 불을 넣고 잘 끓이면서 섞어본다. 아쉽게도 손이 두 개뿐이라서 신경을 덜 써서 그런지 찹쌀풀이 잘 안 풀어진다. 밀가루를 쓸까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찹쌀의 감칠맛이 좋아서 밀가루보다 찹쌀을 선택했다. 손이 바쁘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ㅍ ㅎㅎ.. 좋다. 양파, 마늘, 생강을 굳이 힘을 들여서 잘게 부술 필요 없이 멸치액젓을 넣고 그냥 믹서에다가 돌리면 된다. 괜히 잘 안 돌아간다고 물을 조금 넣는 것보다 어차피 넣을 멸치액젓을 넣으니 일석이조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하더니 잘 돌아간다. 게다가 믹서에다가 돌리면 생강을 씹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모두 갈리니 말이다. 

아까 찹쌀을 잘 풀어서 담고 그 위에 믹싱 해놓은 양념과 고춧가루, 설탕, 새우젓 등을 넣고 양념을 만들어 본다. 음식은 손맛이라고 했던가. 총각무 손질부터 모든 것을 고무장갑을 안 끼고 하다 보니 손이 거칠어지는 느낌이다. 이제 잘 비비는 일만 남았다. 찹쌀로 만들었기에 손의 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열심히 손으로 뭉쳐진 것을 풀고 이곳저곳을 주물러 본다. 그건 아는가. 르네상스 시대에 천재라고 불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래 희망도 요리사였다. 요리를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이 지겹고 지루하다고 느끼다면 요리를 하면서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해진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소금에서 2시간 정도 절여진 총각무와 부추, 쪽파가 준비되었다. 그리고 아까 전 열심히 준비한 양념도 이렇게 세팅이 되었으니 버무리면 된다. 서있었더니 다리가 조금 아프다. 앉아서 잘 버무려 봐야겠다. 맨손으로 했더니 고춧가루 때문인지 손이 아리기 시작한다. 역시 고무장갑은 쓸모가 있었나 보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했으니 그냥 해야겠다. 

가장 먼저 소금에 절인 총각무로 담근 총각김치다. 양이 살짝 있어서 이후의 통은 많이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직 익으려면 2~3일이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양념이 묻힌 총각김치를 꺼내서 먹어본다. 총각무도 잘 산 것 같지만 양념도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어머니가 한 것보다 만배 정도 맛이 괜찮아 보인다. 총각김치를 담가보니 김치의 맛은 세 가지가 좌우했다. 반찬을 바라보는 느낌과 재료의 질, 상상력이다. 익으면 어떤 맛을 낼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흥동립만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