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알고 싶다면 상상해보세요.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연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자신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살아가기에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라고 상상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지도 않고 지식의 깊이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편한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사람들의 정치적인 편향성을 보면 이런 성향은 더욱 심해진다. 한번 쓴 색안경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무조건적인 비판과 헐뜯기로 일관한다. 세상에 옳고 그름은 칼로 자르듯이 쉽게 재단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상상하고 왜 그랬는지 그 순간에 충실해본다면 소통은 시작된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
연기 잘하는 여배우를 꼽으라면 케이트 블란쳇이 빠지기 힘들다. 중년을 훌쩍 뛰어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녀가 어떤 언론에서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자신은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즉 그 연기를 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을 거기에 쏟아붓는 프로연기자이다. 그 연기에서 빠져나오면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배우이다.
"저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촬영이 끝나면 아이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학교에 데려다 주지요. 캐릭터에 빠져있다면 엄마 노릇을 할 수가 있나요? 저는 프로 배우입니다. 전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아요"
아버지를 상상하다.
블란쳇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끄집어내어 기억내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를 좋아하고 사랑하며 그가 반어적인 표현을 쓰는 유머감각의 소유자였다고 말하고 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의 인격형성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버지니아 사티어가 '가정은 사람을 만드는 공장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가족을 치유할 줄 아는 만큼 세상을 치유할 줄도 안다고 생각했다. 영화 인사이드의 제작자가 이 심리학자의 책을 읽은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자신 속의 감정 5가지 캐릭터는 버지니아 사티어가 설정한 가족 캐릭터와 유사하다. 혼란자, 계산자, 일치자, 비난자, 위로자가 바로 그것이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요.
케이트 블란쳇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특별한 관계를 맺으면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늙어가는 과정에 대해 남다른 관점을 가지게 된다. 나이 먹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 먹는 것이 오히려 축복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나이가 어린 사람은 어린 사람대로 나이를 먹은 사람은 먹은 사람대로 삶을 규정짓는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지식과 생각의 깊이는 쌓이는 것이 아니며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생각의 깊이가 얕은 것은 아니다. 나이 먹은 사람은 고루하고 나와 생각이 다를 것이며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규정짓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할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신체적인 능력이 극한으로 요구되는 일부 스포츠를 제외하고 불가능한 것은 없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가치가 생기는 목표를 찾을 가능성은 커진다. 세월을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 그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규정짓게 된다.
인생에 실패는 없다.
실패라고 규정짓는 것은 주변 사람의 시선이고 자신의 태도이다. 모든 것을 성공과 실패로 양분한다는 발상은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케이트 블란쳇은 성공한 여성을 동경하고 우러러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한 사람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그 속에 자신의 삶을 통찰해보려는 노력은 없다.
실패와 실수가 없다면 사람은 성숙되지 않는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일도 없고 실수하지도 않는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고 상처를 줄일 도 없다. 발전하고 진보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시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실패와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인생은 나아가는 것이다. 나이를 먹었는데도 후퇴하고 있다면 당신은 생각의 거름을 뿌리지 않고 썩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