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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9. 2018

거제자연예술랜드

한국 최대의 난. 수석. 분재

다른 것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난이나 분재를 잘 관리하지 못해 집에 그런 것을 키우지 않는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 있는 난이나 분재를 감상하는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 452번지 일대에 무려 7만 5,000평의 규모로 조성된 거제자연예술랜드는 풍란. 석부작. 목부작 등 500여 점의 분재, 각종 희귀 수석 등이 전시되고 있는 한국 최대의 난. 수석. 분재 전시장이다. 

거제도는 추운 계절인 겨울에도 날이 무척 좋은 것 같다. 조금만 다듬어서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잘 만들어지면 이곳도 올레길 스탬프를 찍듯이 구간별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듯하다. 

이곳을 조성하고 꾸민 원장 이성보 씨는 평생을 분재와 수석, 난에 평생을 바쳤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찾아가 보니 한 번에 모두 다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이 안에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5~6월이 되면 더 멋진 작품들을 볼 수 있었지만 조금 이른 감이 있어서 꽃이나 분재에 생명이 도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돌에 풍란 등의 착생식물을 붙여 만드는 풍란 석/목부작은 이곳에서 중심이 되는 작품들이지만 이 밖에도 수석이나 정원석, 실생 산수화, 분경 분화 등은 작품의 또 다른 세계로 이끄는 눈을 깨울 수 있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 마치 인간이 자연을 닮아가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노력이 사람도 자연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생물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보통은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매력인데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도 관찰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중에 하나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스쳐 지나가면서 어떤 것은 보지도 못하고 지나고 어떤 것은 축약되기도 하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작품에 이름을 붙여놓고 설명을 써놓았지만 이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연의 작은 세계관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론 그냥 정원에 놓여 있는 의미 없는 돌처럼 보이기도 한다. 길지도 짦지도 않는 사람의 삶이 소설이라면 이렇게 떠나는 여행은 한 편의 시처럼 짦게 마침표가 찍히는 문장처럼 느껴진다. 

인생을 이곳을 조성하는데 걸었다고 하더니 전국에서 수집된 다양한 작품들이 빼곡히 이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만나본 전시관중에 이곳이 가장 많은 작품들이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했다. 

이런 수석은 집에 하나쯤 있어서 멋들어진 인테리어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일상이 너무 시시해서 일까. 똑같은 모습과 일상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삶이 아등바등하고 시시해 보일 때가 많다. 

휴가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곳을 들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초록의 생명이 돌기 시작하면 주말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난초나 분재 따위를 고목에 붙여 자라게 하여 만든 관상용(觀賞用) 장식을 목부작이라고 하는데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자연 속에서 죽어간 생명을 인간의 손으로 다시 살린 나무와 그 위에 피어난 다른 생명을 보니 삶이 흐른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 된다. 

이런 돌은 어떻게 구했을까. 돌이 사과의 모양과 상당히 닮아 있다. 그래서 이름도 사과를 의미하는 단어에 물이 고인 곳이라는 능금 못이라고 붙여졌다. 가장 적절하게 부여된 이름일 것이다. 

강도 좋고 호수도 좋지만 바다가 있는 거제도는 물의 도시이기에 상상을 자극했다.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온 공간을 찾아가는 이유는 영화는 늘 현실을 아름다운 색으로만 채색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제도는 사는 곳에서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생활 때문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온다. 그러나 가끔은 그곳에서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정착하는 용감한 여행자들도 있다. 거제도를 여행하는 이유는 늘 그렇듯이 예상하지 않던 장소들이 마음속을 파고드는 그 느낌을 받기 위해서다. 


거제를 여행하다가 만난 거제 자연예술 랜드에서 축소된 자연을 만난 것은 색다른 여행 재미를 맛보게 만들어주었다. 다음번에는 화사하게 꽃핀 어느 날 찾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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