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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1. 2018

수목원

무궁화수목원전시관

어느 지역을 가든 간에 수목원을 우선 방문해보는 편인데 다양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데다가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 보령에 있는 무궁화수목원은 조금은 특별한 전시관이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무궁화 이야기를 넘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는 곳으로 묵묵히 때를 기다렸다가 여름의 햇살 아래 피어나는 무궁화의 속살을 접해볼 수 있다. 전라북도 완주에도 무궁화와 관련된 전시관이 있어서 그곳과 얼마나 다른지 접해보기 위해 발길을 해본다. 


무궁화수목원은 보령을 조망하기에 좋은 옥마산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신라 마의 태자의 전설을 간직한 옥마산에 둥지를 튼 무궁화수목원은 전국 최다 품종의 무궁화뿐만이 아니라 암석원, 둘레길, 전망대등이 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목에 무궁화수목원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 왔을 때는 무궁화수목원 전시관이 오픈 준비 중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방문해보니 전시관이 만들어져 있어 들어가 본다. 대대손손 평강을 누리는 땅이라는 만세보령에 이제 나라꽃 무궁화가 피어 영원무궁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게 되었다.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소원지도 적어서 붙여 본다. 무궁화는 이미 2,500년 전부터 한반도에 피었다고 하니 무궁화의 나라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신라는 무궁화를 가리켜 근화향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무궁화가 민족의 꽃인 것을 안 일제는 무궁화를 조직적으로 깎아내리기도 했었다. 

문화 속에 스며든 무궁화는 문헌 속에서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무궁화)가 있는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시든다는 내용이 B.C 4세기의 산해경과 해외 동경에도 나오고 역시 기원전 3세기에 고금주에도 군자의 나라꽃이라고 칭했다. 지금은 아름다운 드레스와 턱시도 등이 결혼을 할 때 입는 옷의 상징이지만 매일 새로 피어나는 무궁화는 다산을 상징해 혼례 때 신부가 입는 활옷에 수놓기도 했었다. 

무궁화가 본격적으로 수난을 당한 것은 일제강점기로 일본은 무궁화를 거짓 선전하기도 했는데 "무궁화는 눈병 꽃(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병이 걸린다)"라고 선전했는가 하면 무궁화를 보는 대로 불태우거나 캐내고 그 자리에 벚꽃을 심기도 했었다. 

무궁화가 디테일하게 수놓은 이 작품을 보니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한서 남궁억 선생은 민족사 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의 마음속에 조국애를 심는 것을 자신의 일생을 바쳤다. 


"무궁화는 조선민족을 표징 하는 국화이므로 자국의 국화를 장려하여 민족사상을 일으키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 남궁억 (마지막으로 투억되어 심문과에게 했던 말)

우리는 생각보다 무궁화를 곳곳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국회의원 배지, 대통령 표장이 새겨진 기념 메달, 대한민국 여권, 국기봉, 현재의 천 원권 지폐, 옛날에 사용하였던 만 원권 지폐의 도안에 무궁화가 등장한다. 그리고 많이 애용하던 무궁화호 열차와 하늘에서 정보를 보내주는 무궁화호 위성에도 무궁화라는 이름이 사용된다. 

나라를 상징하는 꽃은 나라마다 다른데 프랑스는 아이리스, 아일랜드는 토기 풀, 네덜란드는 튤립, 호주는 골든 와틀, 인도는 연꽃, 러시아는 카밀레, 중국은 모란, 네팔은 홍만병초, 이집트는 수련, 에티오피아는 칼라, 미국은 장미, 멕시코는 달리아가 바로 그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무궁화는 신뢰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별로 호텔의 등급을 표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궁화의 수로 그 크기와 서비스를 평가해왔다. 무궁화는 시대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바뀌었는데 16세기경부터 목근화 > 무긴화 > 무깅화 > 무궁화로 이름이 바뀌었다. 

연꽃을 제외하고 보통 꽃은 6월에 대부분 져버리는데 유독 여름에 피는 꽃이 바로 무궁화로 무궁화는 다른 꽃처럼 아름다움만이나 화려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자신을 허물고 다시 다음날 새로운 꽃을 피운다. 


사람 마음 역시 무궁화처럼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면 그만큼 새롭고 애틋할 것이다. 수목원에서 무궁화를 가로 읽으며 새로운 마음을 간직하며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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