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은 깨달음과 연결된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던 때에 코스모스 특별 보급판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기껏(?) 710여 페이지뿐이 안 되는 분량이지만 읽어볼 만한 가치를 넘어 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책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별히 좋아하는 비소설분야의 책이라면 아인쉬타인의 e=mc2,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레드 아이몬드의 총.균.쇠, 헤로이도토스의 역사란, 사카모토 료마 평전, 맹자 등이다.
1. 고대문화는 연결되어 있다.
고대 한국 역사와 서양 역사를 찾아보면 공통점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늘을 생각한 것이나 별을 보고 점을 치던 것 그리고 미지의 존재에 대한 막역한 동경과 신을 대하는 방식 모든 것에 공통점이 있다.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만을 담아놓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 책은 과학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세상은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이지만 만약 모든 것을 상상력에 의존한다면 우리는 실제 하지 않은 세계로 빠져 현실을 망각하게 된다.
아원자 세계로 빠지는 것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영겁의 시간에 빠지는 것이나 유사해 보인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빠져나올 수가 힘들다. 인류는 지금까지 진화해 왔으며 동물들은 절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의문을 품고 새로움을 찾아가는 유전자가 내포되어 있다.
인류는 대폭팔의 아득한 먼 후손이다. 우리는 코스모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코모스를 알고자, 더불어 코스모스를 변화시키고자 태어난 존재다.
2. 고민하며 살 필요 없을까?
철학이나 심리학, 천문학, 물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질문을 던지는 것을 잊어버리기 시작한다. 태어날 때 그토록 질문을 던지라고 본능을 주었지만 살면서 세상은 질문을 던지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다. 왜냐면 자신들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이도 어린 친구가 물어보는 것에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것이 자식이라면 더욱더 완고해진다. 문제에 직면하라 그리고 정면 돌파해라.
코스모스에서 앞 부분에 진화론과 생물학에 대해 생각 외로 많은 비중을 두고 기술하고 있다. 다윈 진화론의 해설서에 생물학을 첨부한 것인지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이해할 수 있다.
생물학과 역사학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한다. 둘 다 확립된 예견론이 없으며 너무 복잡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이 둘 사이에는 확실한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다른 존재 혹은 다른 존재를 이해함으로써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3. 인간의 몸은 나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뉴턴은 55세가 되던 1697년 해에 변분법이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의 수학을 발견했고 이것을 이용해서 최소 강하선의 문제를 해결한 뒤 이걸 정리한 답을 보냈다고 한다. 뉴턴의 풀이는 익명으로 발표가 되었으나 그만의 스타일이 뻔히 보이던 터였던 베르누이는 이런 말을 한다. "발톱 자국을 보니 사자가 한 일일다"라고 평했다.
글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 사람들을 보면 아무리 자신을 감추려고 해도 지문처럼 글의 기세나 스타일에 그 사람의 DNA가 묻어 있다. 이건 어떤 수를 쓰던 간에 지울 수가 없다. 글을 제대로 써본 사람은 자신의 그릇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 자신만의 색깔이 담기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다. 초급부터 프로에 이르기까지 바둑판은 똑같은 기보가 하나도 없다.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거대한 진리를 연구하는데 어떻게 똑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아홉 개의 세계를 기억한다. - 고대 신화집 에다
나는 죽음, 세상을 깨뜨리는 자가 되었노라. - 바가바드기타
천국과 지옥으로 가는 갈림길에는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문이 나란히 서 있다. -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저자는 그리스 문화를 사랑했으며 별을 사랑했던 남다.
어린이들에게 역사나 신화를 만화로 보게 만드는 방법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성인이 되었음에도 성인 독서로 넘어가지 못하고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안 읽는 것보다 그것이 더 낫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만화로 읽기 좋게 만들어진 책은 희석될 때로 희석된 고급 녹차나 다름이 없다. 단계별로 좋은 차를 마셔가며 새로운 맛을 추구해야 되는데 모든 사람이 아주 옅게 희석된 녹차만을 마시고 지나가버린다.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에게 단군신화, 주몽신화, 김수로왕 신화, 태조 왕건, 태조 이성계 등의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만화나 드라마를 통해서이다. 만화는 희석되었고 드라마는 조미료가 너무 가미된 음식이다.
"헤라는 처음 데뷔했을 때 하늘의 여신이었다. 또 아테네 시의 아테나 여신처럼 헤라 여신도 사모스의 수호신 이었다. 훨씬 뒤에 헤라는 올림포스 신의 우두머리인 제우스와 결혼한다. 그리고 신혼 첫날밤을 사모스 섬에서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스 종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때 헤라의 유방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온 젓이 밤하늘에 흘러서 빛을 내는 띠가 됐다고 한다."
쉽게 분노하는 사회를 살게 된 데에는 인문학적인 성찰이 부족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누구를 파괴하고 싶다는 욕망의 분노는 인간 뇌의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파충류의 뇌 영역인 R-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감정을 중재하고 기억을 관장하는 것은 진화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오랜 세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해준 코스모스 같은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부모와 조상은 모시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하게 해 준 근원적인 존재는 외면하고 살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