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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7. 2018

작가란

청송 객주문학관

개인적으로 작가란 누군가가 읽어줄 가치가 있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고통과 희열이 같이 가는 길이다. 읽어주지 않는다면 그 글은 사장되는 것이고 사장된 글은 다시 누군가가 꺼내 줄 때까지 그곳에서 잠들어 있다. 사과로 유명한 청송에는 김주영이라는 소설가의 작품을 매개체로 만든 객주문학관이 있다. 사실 청송은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작가의 길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모두 자산으로 변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객주문학관의 입구에는 제주도의 돌로 보이는 것으로 입구가 만들어져 있다. 이것을 설명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제주도 돌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AI나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어렵게 걸어간다는 의미도 된다. 소설가 김주영은 지독한 가난을 가지고 살았다고 하는데 성인이 돼서 선택한 시골 직장 생활을 감옥같이 생각했다고 한다. 5년간의 자료 수집과 5년간의 5일 장터 순례를 거쳐 결국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의 대표작품인 객주 속의 캐릭터를 밖으로 끄집어내어 공원을 조성하였다. 캐릭터란 작가가 생명을 부여한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날 때 새 생명을 부여받는다. 캐릭터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그의 심정을 통해 같이 공감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그런 존재다. TV의 주인공들은 누군가의 연기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은 각자가 다르게 만들어나간다. 그래서 글이 매력이 있다. 

김주영은 산골마을에 태어나서 일상이 따분하고 지루했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의 대부분을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데 보내게 된다.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은 그를 소설가로 만드는데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곳은 창작관에 입주한 사람들의 저서가 놓여 있는 곳이다. 새로운 사람에게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때가 있다. 분명히 평생을 같이할만한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것을 보게 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호기심은 어릴 때를 제외하고 그 능력을 잃어버리는 성인들이 대부분이지만 호기심이 끝까지 유지되는 일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이들이다. 

작가는 누구인가


"일생동안 끊임없이 이동하며 격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유목민들은 모든 소유물을 몽땅 가지고 다닌다. 가재도구와 가축, 비단과 향수, 씨앗과 소금, 요강과 유골, 물통과 식칼, 빈대와 벼룩, 바람과 빛의 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예민한 촉각, 적대적인 환경과 싸워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인내심, 하물며 번뇌와 증오, 분노와 저주까지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다. 작가도 그렇다." 

낯선 풍광을 그린 그림을 보는 여성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이국적인 장면을 묘사한 사실적인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을까. 사실 아무 생각을 안 했을 수도 있다. 그냥 이쁘네... 끝

한 문장에 적지 않은 애착과 고민이 담긴다. 쉽게 쉽게 쓰는 글도 있지만 이것만큼은 무언가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때 조금은 고민한다. 객주 작가 김주영은 치열한 삶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그 강렬했던 인생들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형상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모든 작가들이 그렇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정점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삶에 대한 걱정이 없으면 그 길이 조금은 쉬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걸로 인해 많은 색깔을 담을 수 있다. 

필자 역시 전국의 수많은 시장을 다닌다. 수많은 상인들과 이야기하고 웃기도 하고 포즈도 취해주는 분들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필자를 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어 주기도 하고 지역마다 있는 특산물을 들어서 보여주기도 하고 때론 먹여주기도 한다. 보부상 혹은 부보상이라고 부르는 조선 팔도를 어우르는 그들의 삶을 따라갔던 작가 김주영은 그들에게서 치열했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역사를 좋아하고 허구도 좋아한다. 전통적인 민중 생활 속에 음모와 폭력, 의리, 애욕 등이 어우러진 토속적인 로맨스를 완성하였고 현재 대중서사의 백과사전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김주영이라는 작가에게 부러웠던 것은 자신의 생애에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았던 말이 '엄마'라고 한 부분이었다. 가난했어도 진심으로 응원해준 한 사람이 있었기에 객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보게 된다. 

사실에 입각해서 기술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재미가 없다. 속속들이 그 내면을 아는 것이 쉽지가 않고 우리네 인생은 그렇게 밋밋하게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가미된 이야기 속에 진실이 더욱 깊게 스며들고 그 속에 삶이 있다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글을 쓴다고 하는 모든 이들은 자신이 꼭 가고 싶은 고지가 있다. 쉽게 갈 수 없는 그 고지에 도달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사람마다 목표도 다르지만 그 목표를 아주 높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서정성을 가지면서도 서사의 섬세한 표현이 스며들어 조화를 이룬 작품들 말이다. 

창작관에 있는 그림의 부엉이는 1882년 사르두(Sardou)의 희곡 ‘페도라’에서 유래한 모자를 쓴 부엉이다. 페도라는 크라운의 가운데가 들어가고 테가 휘어진 여성·남성용 중절모로 주로 펠트로 만들어지는데 여유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다. 


작가란. 가장 복잡한 것을 쉽게 그리고 끌리게 쓰는 것을 어렵게 도전하는 미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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