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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1. 2018

긴자의 인연

도쿄의 최대 유흥가의 모습

도쿄의 신즈 쿠와 시부야가 자주 조금 덜 익은 성인들 혹은 서민스러운 공간이라면 명품샵들이 즐비하게 모여 있는 긴자는 성인들의 놀이터이며 나름 품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빌딩 사이에는 줄지어 있는 검은색의 고급 세단들과 운전사들이 줄을 지어 식사나 술을 마시고 나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고 도쿄에 있는 이쁜 여자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이는 양 스타일이 괜찮은 사람들이 많았다. 


도쿄 최대의 유흥 문화 중심지인 아카사카, 시부야, 신주쿠가 중산층 유흥의 중심이라면 고급스러운 유흥의 중심인 긴자는 도쿄에서 접대를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보통 한국의 룸바같은 곳은 거의 없으며 우선 클럽이 그런 역할을 하고 일반적으로 바는 조금은 소박(?)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옷을 입는 사람들이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면 보통 클럽에 가서 있다. 한국의 룸살롱과 비슷하지는 않지만 나름 격이 되는 여자들이 부티크 하게 남자를 대접하며 이야기 등을 나눈다. 

고급스러운 음식점들도 있지만 한국과 비슷한 가격대 혹은 그것보다도 저렴한 음식점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일본인들의 서비스 정신은 상당한 수준이니 무언가 대접받는 느낌이 가치까지 따진다면 더 높은 만족도가 있다. 

일본에서 마시는 생맥은 언제나 진리다. 적당하게 숙성된 맛과 함께 내어주는 사람이 거품의 양을 잘 조절하기 때문에 맛이 더 좋다. 한국의 경우 아무나 대충 따라서 내어주면 상관없지만 일본이나 유럽의 괜찮은 맥주집이나 일식집에서는 맥주를 손님에게 따라주기까지 3개월 가까이 배우기도 한다. 

일본에 와서 하루라도 스시를 안 먹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던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즐비한 곳으로 들어가서 그 틈에 끼어 스시를 먹는다. 세트 가격이 3만 원이 조금 안되니 압구정이나 명동에서 먹는 것과 비슷하던지 오히려 더 저렴하다. 

한국의 압구정이나 신압구정 쪽에 가서 정통 바에서 몰트를 마셔본 적이 있어서 잘 알지만 생각보다 상당히 비싸다. 별로 먹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둘이서 20만 원은 금방이다. 그러나 일본은 소박스러운(?) 바들도 많고 상당히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갈만하다. 물론 일본어나 영어가 된다면 조금 더 즐거운 분위기를 즐겨볼 수 있다. 

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나왔던 캐릭터다. 필자가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무척 반가워한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냐고 말이다. 지브리와 미야자키 하야오는 당연히 잘 알려져 있고 매니아층도 형성하고 있다고 대답해주었다. 

이 인형을 보자 옆에 있던 손님이 동전을 넣고 어떤 움직임을 하는지 보여주었다. 동전을 넣으면 이 인형이 입을 벌리고 안으로 동전을 집어넣는다. 동전이지만 이런 방식으로 약간의 팁(?)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역시 일본은 고양이가 대세다. 어딜 가던지 그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고양이들이 있다. 이 작은 바는 일본의 몰트, 블랜디드, 사케 등만을 파는 곳이다. 일본의 바들은 그런 곳들이 적지 않다. 자신들의 땅에서 생산한 술들만 모아도 상당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노멀 하면서도 글렌모렌지와 비슷한 풍미의 산토리 야마자키의 미즈와리를 주문해본다. 무척이나 서글서글한 바텐더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미즈와리를 만든다. 긴자는 처음이냐, 오늘은 어디를 갔다 왔냐고 해서 Sea Town Diary의 촬영지 가마사키의 에노시마를 갔다 왔다고 했더니 무척이나 좋아한다. 정말 그렇게 먼지 알았다면 가지 않았을 곳이지만 가보니 좋은 곳이다. 그렇지만 Sea Town Diary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가 갔다 온 장소와 주연배우 아야세 하루카를 이야기하니 그때서야 알아들었다. 

한잔의 가격은 10,000원 정도이다. 몰트 위스키를 살짝 칵테일처럼 만들어주는 것치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그리고 시간이나 술을 강요하는 느낌이 전혀 없다는 것도 좋다. 

바로 옆에는 긴자의 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한국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서 삼겹살이나 김치 같은 것이 인상 깊었다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일본어로 한국사람이라고 이야기하던지 영어로 한국사람이라고 이야기하던지 간에 항상 먼저 듣는 말은 '안녕하세요'다. 

그 옆에 계신 분은 마치 영화감독처럼 생기셨다. 악수하자면서 악수를 청한다. 그리고 한국말로 건빠이가 무엇이냐고 묻기에 '건배'라고 보통 표현한다고 말해주었다. 포커스가 앞에 있는 여성에 맞으면서 뒷분은 조금 흐리게 나왔다. 긴자 근처의 호텔에 있냐고 묻자 이곳이 아니라 히바시 니혼바시 근처라고 말해준다. 

적당한 소다와 물 그리고 몰트 위스키가 궁합을 적당하게 이루고 있다. 한국도 몰트 위스키를 생산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맛도 평범하고 대량생산이 되지 않아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일본의 몰트 위스키들은 가성비와 맛의 균형을 잘 이루어내고 있다. 

특이하게 이 바는 오뎅도 주문할 수 있다. 진하게 우려낸 듯한 오뎅의 육수와 맛있어 보이는 오뎅이 살짝 입맛을 당기기는 했지만 스시를 배부르게 먹은 관계로 패스해본다. 

대신 서비스 안주는 잘 조림된 연근이다. 아삭아삭한 것이 야마자키 미즈와리와 잘 맞는다. 

단 한잔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이 곳의 바텐더는 가와이가 입에 붙은 듯 무얼 해도 가와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언제 떠나냐고 해서 말해주었더니 아직 4일이 남았다면서 시간이 되면 언제 한 번 들르라고 한다. 밖으로 나가는 필자를 마중하면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분도 똑같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먼저 갔는데... 긴자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언제 이어질지 모르지만 무거운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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