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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0. 2018

신주쿠의 낮과 밤

도쿄 최대의 유동인구 거리

하루의 유동인구가 대전 인구의 두 배 반을 훌쩍 넘기는 곳이면서 가장 많은 먹거리와 에너지가 넘치는 신주쿠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오고 간다. 도쿄 최대의 유흥가라는 가부키초를 비롯하여 일본 전역에서 여행 온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뒤섞여 다양한 색깔을 만든다. 에도 시대[江戶時代]에는 고슈 가도[甲州街道]와 오메 가도[靑梅街道]의 분기점이었기에 지금도 이오 선[京王線], 오다큐 선[小田急線], 세이부 선[西武線] 등 사철의 기점과 국철인 소부 선[總武線], 주오 선[中央線], 야마노테 선[山手線] 및 지하철의 여러 노선이 이곳을 지나간다. 역 하나가 소도시를 만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 상당히 크고 방대하다.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며 묵고 있는 곳에서 8 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신주쿠 역의 출구는 200여 개에 이르며 대형 백화점인 도큐 헨즈, 신주쿠 서던 테라스, 다카시마야등 여러 백화점과 도쿄의 중심 업무지구인 도쿄 도청 및 마천루들이 즐비한 서쪽, 유흥가인 가부키초가 있는 북쪽 등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어도 처음 가보면 상당히 복잡해서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낮에 가본 신주쿠 역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다. 우선 일본에 왔으니 대표음식인 라멘을 먹기 위해 돌아다녀 본다. 

처음 와본 신주쿠는 서울과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우선 좌측통행을 하면 줄을 이어 걸어가는 사람들과 역시 좌측으로 다가오는 차량들을 오래간만에 만나니 익숙하지 않고 상당수의 교통 결절점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면 한꺼번에 오고 가는데 영화 레지던트 이블에서의 한 장면이 연상이 된다. 

동양의 부엌이라는 오사카도 그렇지만 도쿄 역시 먹거리의 유혹이 상당하다.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먹기 좋게 포장된 음식이나 가격과 주메뉴가 눈에 쏙쏙 들어오도록 표시를 해두었다. 어디를 들어가서 먹어도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유명해 보이는 한 라멘 전문점을 들어가서 라멘을 주문해보았다. 소유라멘을 주문하려고 했다가 일본 전통 라멘을 주문하고 나서 생각 외의 복병에 난감해졌다. 엄청나게 느끼한 맛은 두 번째 치고 상당히 짜다. 게다가 면발이 너무 살아 있어서 거북스럽기까지 한다. 일본인들은 대체적으로 상당히 간을 강하게 해서 먹는다는 것을 다시 주지 시켜준다. 

신주쿠 역에서 아래로 조금만 내려오면 마치 24시간 운영하는 포장마차와 같은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모츠 니코 미 전문점들이 즐비한 곳인데 곱창 조립이나 야채, 돼지고기, 닭고기 꼬치 등을 파는 곳으로 쫀득한 식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하지만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강점이다. 

낮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꼬치요리를 즐기면서 맥주나 사케를 한잔을 곁들이고 있다. 외국인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일본인이었는데 이들은 여행을 온 것인지 잠시 직장에서 쉬려고 나온 것인지는 알 수는 없었다. 

꼬치는 불맛이라고 했던가. 진하게 우려내고 있는 국물요리 옆에서 상당히 센 불에 구워지고 있는 꼬치와 오마카세, 이자카야 메뉴, 어묵 등을 곁들여 먹어볼 수 있다. 

베트남이나 중국, 필리핀의 시장을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들이다. 일본도 이렇게 다양한 재료를 꼬치에 끼워놓고 파는 곳은 신주쿠 중심지의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다. 

시간은 빨리 지나고 벌써 밤이 찾아왔다. 신주쿠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고 했던가. 밤에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업무지구에서 퇴근한 사람들과 학생들, 20대 초반에 정규직을 얻지 못한 유흥가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한데 섞여 있다. 

신주쿠 스완이라는 일본 영화에서 등장하는 광경과 상당히 유사하다. 유심히 쳐다보고 있으면 신주쿠 거리에서 여자를 픽업하는 스카우터(유흥업소에서 일할 여자 종업원 모집책)도 눈에 뜨인다. 이들은 중심에서 자신들끼리 서로 눈으로 신호를 하면서 여자를 고르고 있었다. 

출구가 2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곳이기에 처음 오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쉬운 곳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 도착했던 곳으로 가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였으나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무조건 거리의 사진을 찍어두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길을 걸어가는 일본인들에게 물어보는 방법이었지만 생각보다 영어를 하는 일본인은 상당히 드물었다. 

밤의 기운이 주변을 덮고 사람들이 많아질 때의 신주쿠 거리의 교차로는 말 그대로 어디로 오가는지 모르는 일본인들의 일사불란한 흐름의 연속이다. 

적어도 신주쿠 거리에 왔다면 굶어 죽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주변 어디를 가더라도 먹거리가 넘쳐나고 식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들어가서 먹어야 할 것 같은 욕구를 일으킨다. 

일본 전역에서 흔하디 흔하게 볼 수 있는 회전초밥집의 이 방식은 한 일본인이 미국에 갔다가 포드의 생산라인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 오늘날의 회전초밥의 시초다. 주문하고 요리를 받아서 먹는 형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초밥을 만들어서 벨트에 올리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직접 가져가서 먹는 반 셀프 방식이다. 

상당히 비싼 회전초밥집도 있지만 저렴한 집들도 적지 않다. 적당하게 먹고 사케를 한 잔 정도 곁들이면 한국돈으로 20,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은 많은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먹거리 또한 다양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하루 400만 명이 오가는 신주쿠 거리의 골목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면서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도시의 색깔을 만들고 있으며 오늘날에도 도쿄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일본만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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