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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3. 2018

차 한잔의 매력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

7~8년 전쯤에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에 가본 기억이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기회가 되어서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가 열리는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2018년은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가 22회를 맞이한 해로 문경이 찻사발을 만드는 명장들이 많은 곳이라면 하동은 각자 특색을 가지고 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보성의 녹차가 평준화를 이루었다면 하동녹차는 일반 녹차를 비롯하여 발효차와 꽃 차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제품이 많은 곳이어서 좋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들도 인형으로 만들어져 사람들을 맞이해주고 있다. 이른 아침이라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축제의 마지막 날이 석가탄신일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축제장을 찾아서 사진을 찍으며 하동의 마지막 경험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제22회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악양면 차문화센터 일원에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4일간 열렸다. 왕의 차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하동 차는 파릇파릇한 차 시배지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찻잎을 가지고 햇차부터 발효차까지 잘 알려진 곳이다.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장은 입구에서부터 천변으로는 하동에서 재배되는 차를 시음하고 파는 곳이 자리하고 있고 위쪽으로는 공연장과 다른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으로 조성이 되어 있다. 

축제기간에 맞춰 운암영당 고운 선생 영정 특별전이 하동 야생차 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데 얼마 안 되는 기간이라서 금주에 방문해야 특별전을 감상할 수 있다. 특별전은 축제기간인 20일부터 축제가 끝나는 27일까지 하동 야생차 박물관 차시배지관에서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팅을 끝내고 주변 지인들끼리 아침 차를 즐기는 분들이 있어서 앉아 보았다. 하동은 차나무가 생장하기 적합한 토양과 기후를 가지고 있는데 보성이 일제시대에 계획적으로 차나무를 대량으로 심어놓은 것과 달리 신라 흥덕왕 3년부터 차를 기른 곳이라서 최초의 차 시배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하동의 차는 4월의 쏟아지는 햇볕 속에 차맛을 익히고 5월에 그 첫맛을 선보이는데 문경에서 열리는 찻사발 축제가 4월 말이라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차를 담는 그릇을 만드는 축제가 4월에 열리고 5월 말쯤에 열리는 야생차 문화축제가 연결되면 더 시너지 효과가 있을 텐데 각 지자체의 축제 일정이 있으니 협력해서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햇차는 힘들 수 있겠지만 발효차는 선보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차는 커피와 달리 얼마든지 마셔도 몸에 무리가 없다. 물과 달리 차는 갈증을 해소하는데 많은 효과가 있다. 차를 마시기 위해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불 앞에 일일이 덖고 꺼내고 비비고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도 제품이 나오면 찻잔을 달군다음 깨끗이 씻어낸 찻사발에 잎을 넣고 정성을 다해 차를 우리고 따라야 하는데 지리산의 청정한 냄새가 차에 묻어 나와 하동의 야생 차맛의 오묘함이 느껴진다.

역시 하동은 언제와도 마음이 편안한 곳이다. 오로지 지리산의 정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고요함과 함께 생동감이 같이 느껴지는 곳이다.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TEA 블랜딩 대회가 열렸는데 위스키나 와인뿐만이 아니라 차도 블랜딩 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고 한다. 마지막 날 하동의 곳곳에서 차를 만드시는 분과 전국에서 전통차를 만드시는 분들이 블랜딩 대회에 참석을 했다. 

각자의 방법으로 차를 블랜딩하고 있었는데 보통은 찻사발에 넣어서 블랜딩 하기도 하지만 와인 디켄터에 넣어서 블랜딩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독특한 모양의 와인잔이나 위스키 잔등에 블랜딩 하려고 준비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차 문화는 보통 영국이나 유럽의 고급 취미로 여겨지지만 한국 역시 사찰을 비롯하여 많은 곳에서 차 문화가 내려오고 있다. 갑작스러운 커피 문화의 확산에 우리의 차 문화가 잠시 묻히는 듯했으나 우리 차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과 문화뿐만이 아니라 미세먼지의 효과와 위스키와 같은 술과도 궁합이 아주 좋은 것이 우리 차다. 

다과도 즐겨볼 수 있는데 자신이 직접 만든 차를 블랜딩 하듯이 다과 역시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또 다른 곳에서 차를 한 잔 마셔본다. 이곳은 꽃차를 만드는 곳이다. 보통 음식은 햇섭을 많이 받기는 하는데 차를 햇섭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주로 꽃차를 만드는 이곳은 건강한 한잔의 차를 마시기 위해 햇섭을 받아 인증받은 곳이라고 한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4명의 젊은 여성분들이 와서 차를 시음하고 있었다. 커피는 커피대로의 매력이 있지만 그 다양함에 있어서 하동의 녹차의 다채로움을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여러 곳의 차를 마셔보았지만 집집마다 그 맛의 색이 다르다. 햇차는 햇차대로 다르고 발효차는 발효 차대로 다르다. 게다가 꽃차는 그 달콤함과 속에서 우러나는 다양한 향기는 오래된 와인만큼이나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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