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24. 2018

각산

남해의 비경을 한눈에

해발고도 400미터에 불과한 산에서 멋진 조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높은 산에 올라가는 이유는 운동도 있지만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힘들게 올라와서 보는 비경이나 풍광을 보고 나면 그 느낌이 남다르다. 그래서 올라갔던 산을 다시 올라가 보고 다른 지역에 위치한 산들을 올라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해의 사천시에 자리한 각산은 남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주변에서 오는 모든 적들을 감시할 수 있어서 각산산성과 각산 봉수대가 있다. 포근한 느낌이지만 조선시대에 중요한 봉화대가 있는 것을 보면 지리적인 중요성이 큰 곳이기도 하다. 


알려지기 전까지 각산은 사천시에 삶의 터전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었지만 지금은 주변지역의 관광객들에게까지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각산의 매력이 얼마나 좋기에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궁금해졌다. 각산은 등산이라고 할 정도로 높은 산은 아니지만 여름에 올라오면 땀을 흘릴 정도의 노력은 들어간다. 

각산에는 고려 때 설치된 봉화대를 비롯하여 올라가면 각산 전망대를 비롯하여 데크로드가 조성되어 있고 각산 둘레에는 삼국시대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길이 242미터의 성벽이 둘러싸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천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서 쉽게 오갈 수 있다. 

한려해상의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는 각산의 코스는 문화예술회관에서 각산 약수터, 전망대, 봉화대, 각산산성, 대방사로 이어지는 종주 코스를 모두 돌더라도 1시간 30여분이면 가능하다. 바로 올라오면 각산 봉화대를 중심으로 이렇게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서 주변 경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남해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있는 남해의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들이 눈에 뜨인다. 녹색과 푸른 옥빛의 바다가 너무 잘 어울린다. 자연이 만든 그림은 이렇게 빛이 난다. 

이런 비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있겠는가. 이곳에서 바라보면 멀리 금산과 망운산을 비롯하여 솔섬, 학섬, 모개도, 초양도, 늑도, 신섬, 박도, 두응도, 마도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한려해상의 수려한 바다와 풍광을 보면서 낯익은 일상의 풍경보다 이국적인 풍광들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남해여행을 하는 동안 몸의 감각이 깨어났고 몸과 마음이 늘 하나가 되었다. 

역시 겨울보다는 여름에 가까운 봄의 풍광이 좋다. 바닷바람에 한 움큼씩 실려오는 바다의 냄새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에너지가 가득하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열대지방의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사천, 통영, 거제로 이국적인 일상을 즐길 수 있다. 

여행을 다니다가 보면 그 공간과 연결된 사람의 묘한 연계성을 느끼게 된다. 그냥 잠시 오고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곳에서 거주하며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그곳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각산으로 오는 길에 서울에서 온 어떤 가족을 만났는데 사천의 이 바다를 본다면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유인즉슨 이런 멋진 풍광을 일상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냐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보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은 마음을 쏟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진이나 그림, 글의 모든 표현은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한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뷰파인더로 보는 시간이 더 많지만 잠시 느꼈던 그날의 감정이 이렇게 다시 되새김질해본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거의 광속의 속도로 연결이 되는 세상이지만 불과 120여 년 전까지 봉수대는 가장 빠르게 통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낮에는 연기를 이용하고 밤에는 불빛을 이용하여 먼 곳까지 신속하게 전달하였는데 각산 봉수대와 같은 곳에서 연기와 불빛을 이용한 신호는 차례대로 전달되어 한양까지 이어졌다. 지금도 높은 곳에는 모두 전파 중계소가 설치가 되어 있는데 봉수대가 설치된 곳과 유사하다. 

데크길의 휴식공간에 있는 파란색의 테이블의 디자인이 독특하다. 딱 두 명만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은 쉼을 위한 곳이기도 하지만 인증숏을 찍기에 너무나 어울려 보인다.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어차피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이유가 스스로 납득이 된다. 사천시의 각산 같은 곳은 내려올 때마다 한 번씩 올라가서 비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이곳은 누구에게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뷰가 있다. 

행복과 사랑이 피어나는 오월의 색깔은 진하디 진한 녹색과 빨간색이 어울린다. 각산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산이다. 산의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어디서도 그림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품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