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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0. 2018

낙지 김치죽

건강하면서 아삭한 한 끼

총각김치가 팍 삭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주부들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총각김치의 양념을 잘 해두었다면 팍 삭아도 요리에 쓰일 수 있는 곳은 상당히 많다. 우선 죽을 만들어서 먹으면 삭았지만 식감이 남아 있어서 그 맛이 참 좋다. 올해 2월에 담근 총각김치가 삭아서 냉장고에 있기에 가끔 그것을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서 먹는다. 

재료는 간단하다. 밥 2인분 정도와 낙지 한 마리 반, 총각김치 두 개, 대파, 멸치 약간, 멸치액젓이다. 이걸 가지고 요리를 시작할 생각이다. 

지인이 이 낙지김치죽을 먹어보고 조금 더 잘게 썰었으면 하는 말을 전했다. 칼 세트를 주문하던지 칼갈이를 사던지 둘 중에 하나를 해야 할 듯하다. 솔직히 생각은 잘 안 나는데 지인과 일요일인가에 술을 마시고 횟집에서 이걸 받아온 것 같다. 냉장고를 열어보고 대체 왜 낙지가 있을까란 고민을 조금은 했다. 덕분에 낙지 김치죽을 만들 생각을 했으니 뭐 손해 본 셈은 아니다. 

자 아주 잘 익은 총각김치다. 담근 지 얼마 안 된 것만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 외로 푹 삭은 총각김치는 요리에 활용도가 아주 높다. 

우선 멸치액젓과 청양고추, 대파를 잘 씻어 넣은 다음 육수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들이 알아서 속에 들어가 있던 내용물을 우려낼 것이다. 

그동안 총각김치를 잘게 다져서 밥과 참기름, 살짝의 총각김치 국물을 넣고 살짝 볶아본다. 많이 볶아도 들러붙으니 적당하게 섞였다고 생각하면 좋다. 만약 쌀을 그대로 이용한다면 충분히 불린 뒤에 볶다가 하얀색이 나오면 그만 볶으면 된다. 

자 잘 볶아진 것 같다. 이렇게 그냥 먹어도 좋겠지만 오늘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니 잠시 다음 단계를 기다려 본다. 

육수가 아주 잘 우려 났다. 육수를 살짝 맛을 보니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적당량을 활용했을 뿐인데 역시 괜찮다. 

밥양의 세배 정도 되는 육수를 부어주고 끓여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강한 불로 끓여서 한 번 끓여지면 그다음에는 약불로 끓여주면서 물이 반으로 줄 때까지 놔두어도 되긴 한다. 이때는 들러붙지 않으니까 가끔씩 확인만 해주면 된다. 

물이 반쯤으로 줄었다고 생각했을 때쯤 낙지를 넣어주고 같이 저어준다. 이때는 밥이 냄비에 들러붙기 시작하니까 계속 잘 저어주면 된다. 땀이 생각보다 많이 난다. 그리고 국물이 튀기 시작하면서 조금 난감해지기까지 한다. 

자 이제 완성된 낙지 김치죽에 통깨와 김가루를 뿌려주고 맛있게 식사를 하면 된다. 가끔 씹히는 낙지는 솔직히 조금 크긴 하지만 먹을 때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육수가 잘 어우러지고 아삭아삭한 총각김치가 입안에서 돌아다니며 상큼한 느낌도 준다. 청량한 김치낙지죽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아파서 씹는 것이 너무나 힘든 사람에게는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별식으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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