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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9. 2018

시들지 않은 사랑

보령 도미부인 사당

역사적인 것은 차치하더라도 옛날부터 사람들은 설화에 기대던 민가나 지역에 내려오는 사랑이야기에 솔깃한다. 세상의 반은 남자이고 반은 여자다. 그렇기에 매번 똑같을 것 같은 세상사지만 그 속에서 미묘한 차이를 가지게 된다. 소나기가 보령을 시원하게 식히고 나서 보령의 도미부인 사당을 찾아가고 싶어 졌다. 도미부인이라는 꽃은 백제시대에 피어나 그 아름다움을 뽐냈던 사람이다. 보통 도미부인이라고 하면 도미가 이름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지만 도미는 남자 이름이고 그 남자의 부인이어서 도미부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며 실제 이름은 알 수 없다. 


백제의 개루왕 혹은 개로왕이었을지 모르는 시대에 '삼국사기'의 열전에는 가난한 평민이었던 도미는 의리와 도를 아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 아내가 아름답고 행실이 곧았는데 왕은 도미부인이 미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녀를 취하기로 결심한다. 신의를 알고 행실이 바른 여성은 남성들이 좋아하기 마련이니 개루왕의 욕정이 그녀에게 향했던 것은 당연해 보인다.

도미 사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시원하게 뚫려 있어서 걷기에도 좋다.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서 올라가면 보령의 바다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충청수영성이 나온다. 개루왕은 처음에 도미에게 그녀의 정절을 시험하는 말을 하지만 도미는 자신의 부인에 대해 확신을 한다. 그렇지만 거짓으로 도미부인에게 궁녀로 삼기로 했으니 들어오라는 명령을 했으나 몸종을 보내 왕의 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개루왕은 도미의 눈을 파버려 멀리 보내버린다. 

도미부인은 조각배를 타고 도미를 찾으러 갔다가 외딴섬에서 도미를 만나고 그와 함께 살게 된다. 도미부인이 도미를 부는 바람으로 만났고 도미는 도미부인을 통해 빛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가난했으나 도미와 도미부인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이 버리지 못하는 욕심들을 버려 좀 더 가볍게 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었으며 사람이 가야 할 길과 가지 않아야 할 길을 보게 된다. 물론 지배자의 일방적인 횡포에 저항하는 하층민의 의지도 담겨 있다. 

비는 왔지만 보령의 산하가 따뜻한 시선과 부드러운 말투로 깊은 가르침을 주려 애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도미부인은 도미에게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니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눈물 나게 고마운 건 같은 하늘 아래 아름다운 별들 중의 하나를 제가 당신 대신 바라봐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단을 올라오면 이렇게 정절사라는 사당이 있다. 도미부인의 초상이 모셔진 사당으로 개인적으로 정절이라는 이름보다는 그냥 둘만의 사랑을 담는 이름의 사당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인도(美人島)」(원래 이름은 「빙도」), 「도미항」, 「상사봉(想思峰)」, 「원산도(怨山島)」는 모두 도미부인의 설화와 연관성이 있다. 진정한 사랑은 시들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 마음이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미부인은 끊임없는 에너지의 원천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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