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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30. 2018

계곡

청양 칠갑산 자락의 계곡들

해외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광의 캐니언(canyon)이나 협곡(gorge) 정도는 아니더라도 한국에도 일반적인 valley라고 불리는 계곡들이 전국에 상당히 많이 있다. 보통은 산의 능선 사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계곡은 이렇게 폭염이 전국을 강타할 때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지는 곳이다. 하천의 침식작용과 사면에서의 삭박 작용으로 만들어진 계곡은 전형적인 V자 모양을 이루게 된다. 


청양을 가로지르는 칠갑산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계곡이 있지만 청양과 보령을 이어주는 국도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방문이 적은 냉천골과 도림계곡, 작천 계곡은 여름에 휴식을 취할만한 곳이다. 물이 차가워서 한 여름에도 차가운 물로 인해 냉하다고 해서 붙여진 냉천골은 야영장도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었으나 지금은 이렇게 한적하다. 

역시 사람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물이 맑고 투명하다. 위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소리를 내며 자연스럽게 흘러내려간다. 냉천골은 계곡이 좁지만 양쪽으로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햇볕도 피하고 폭염도 잊어볼 수 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옆에 자신의 땅에 가건물 같은 집을 짓고 계곡을 사유화하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관계당국에 신고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폭력이나 위력을 행사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폭염을 피해간 곳에서 기분 나쁜 기억을 선사하는 분들에게는 법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가 있다. 

청양에 수없이 많이 가봤지만 사찰이 있었던 도림사지는 처음 와본다. 칠갑산 산자락 마을인 도림리에 있는 계곡은 숲이 울창하게 뒤덮여 터널을 이루어 햇빛을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경상북도 해인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팔만대장경이라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지만 청양의 사찰인 도림사에도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물이 맑고 시원해서 주말에 찾아오는 피서객들로 이곳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도림계곡에 자리했던 도림사지는 인근의 장곡사와 더불어 백제시대까지 그 연원이 추정되던 사찰로 백제시대에 창건되었다는 증거는 없으나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경영되었던 사력(寺歷)을 확인되었다.  

맑은 물속에 있는 평상만 보아도 시원해 보인다. 물에 발을 담가보니 체온이 2~3도쯤 떨어진 느낌이 든다. 칠갑산은 성스럽게 여겨지는 산으로 칠갑산을 중앙에 두고 특히 동쪽의 두솔 성지와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장대, 남서쪽의 정혜사, 서쪽의 장곡사는 백제인의 얼이 담긴 곳이다. 

작천 계곡으로 가는 길에는 길목마다 이렇게 칠갑산 자락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모이는 공간이 있다. 칠갑산 오토캠핑장 앞에는 무료 캠핑장인 작천 계곡이 있는데 식수대나 샤워장은 없어도 화장실은 있으니 휴식을 취해볼 수 있다. 

작천 계곡에는 완만한 물살에 칠갑산의 수려한 산세를 보여주며 유유자적 흘러내려오는 물길이 있으며  부여 백마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의 지류 중 가장 아름다운 경승을 형성하고 있는 구간이다. 이러한 산자수명한 풍치를 두고 시인 묵객들은 작천 구곡이라 칭하기도 했다. 

주차장이 구비된 작천 계곡에서 건너편에는 넓지는 않지만 계곡을 벗 삼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곳을 흐르는 물은 흘러서 부여의 백마강으로 합류한다. 

냉천골, 도림계곡, 작천 계곡은 청양에서 쉬면서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세 개의 계곡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사적으로 점유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같이 공유하는 곳으로 이렇게 더운 날 찾아가기에 괜찮은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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