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ul 30. 2018

그릇과의 대화

2018 천안 흥타령관 소장 특별전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 유리로 만들 수 있는 것, 철로 만들 수 있는 것, 흙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쓸모 있는 것은 바로 그릇이다. 자동화되면서 그릇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조선시대에 그릇은 중요한 가재도구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물려주는 중요한 재산 중 하나였다. 지금도 특정 브랜드는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올해 초 경산도서관에 갔을 때 부엌 특별전을 본 기억이 난다. 그릇은 부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엌 전에서도 적지 않은 그릇이 등장했는데 그곳도 경산도서관 소장품 특별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천안 흥타령관은 매년 흥을 주제로 여는 축제의 중심에 있고 매년 열리는 흥 축제를 기록하여 보관한다. 

그릇은 인류가 문명을 일구기 시작하면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최초 시도의 결과물이었다. 신석기에는 흙으로 그릇으로 만들었고 원시시대에는 나무로 그릇을 만들었다. 전시공간이 넓지 않지만 제1부 '나무 그릇, 깎고 맞추다.' 제2부 '흙그릇, 빚고 굽다.' 제3부 '금속그릇, 녹이고 두드리다.'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에필로그 형태로 '그릇, 생활과 함께 변화하다'를 담고 있다. 

밥그릇은 다양한 속담으로도 사용이 된다. 그릇도 차면 넘치며 자기 밥그릇만 높으면 제일인 줄 아는 사람은 먹는 것밖에 모르는 미련함을 의미한다. 깨어진 그릇은 다시 본래대로 바로잡거나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의미한다. 

술을 담는데 주로 사용되는 병은 몸체에 좁은 입구가 있는 목이 달린 그릇이며 밥, 물 등 음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인 사발, 반찬 등을 담는 얇고 납작한 그릇의 접시, 반찬을 여러 층의 그릇에 담아 포개어 간수하거나 운반할 수 있게 마든 찬합 등이 모두 그릇에 속한다. 

지금 목재로 만든 그릇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옻칠 등의 과정을 거쳐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원목을 가지고 다듬고 깎은 다음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이런 목 그릇이 만들어진다. 목 그릇의 칠은 크게 생칠, 주칠, 황칠, 흑칠로 나누어진다. 

이곳이 에필로그의 공간이다.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공간에 따라 그릇의 쓰임새도 다르고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형태를 띠고 진화해온다. 

이곳은 흙으로 만들어서 초벌만 한 그릇을 모아둔 곳이다. 초벌만 된 것을 바로 그릇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다만 몸속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 것의 보관용도나 화분 등의 용도로 사용은 가능하다. 

청색을 띠고 있는 청자와 백자와의 중간단계에 있는 분청사기,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사용했던 백자들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전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깎고 결구 맞춤과 다양한 칠로 만들어진 나무 그릇과 흙으로 빚어낸 예술적 미의 도자기, 녹이고 두드려 만든 생명의 그릇인 유기까지 전통으로부터 응용되고 발전되어온 그릇들을 설치미술과 영상 등을 통해 접해볼 수 있다. 


그릇과의 대화

2018 천안흥타령관 소장품 특별전

2018 7.19 ~ 10.14

매거진의 이전글 계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