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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6. 2018

책을 먹다

금산 지구별 그림책 마을

음식은 먹는 것이고 책은 읽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렇지만 책을 소화한다는 의미로 볼 때는 책을 먹을 수도 있다. 책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의 양식이며 몸을 잘 구동하기 위한 설명서와 다양한 에너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금산의 한적한 곳에 있는 지구별 마을이라는 곳은 책을 소재로 한 특화 공간으로 동심이 가득한 곳이다. 책이라는 알찬 먹을거리를 마음껏 탐할 수 있는 곳이다. 


금산 지구별 그림책 마을은 그림책을 소재로 한 최초의 마을이라고 한다. 0세에서 100세까지 함께 하는 공간을 지향하지만 누가 말했던 것처럼 이제는 120세라고 표현하게 될 그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금산 지구별 그림책 마을의 입구의 한옥은 전북 고창군에 소재한 재실의 대문을 그대로 옮겨 왔다고 한다. 입구를 의미하는 '살림 대문'은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살리는 기운을 크게 얻고 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조금 특이한 것은 도서관이 있는 건물 앞쪽에는 오래된 한옥인 서유당이 있고 현대와 오래된 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오자마자 모든 것이 그림으로 연결되고 표현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좋다. 시계조차도 그림책으로 표현이 되어 있다. 시침이 가리키는 자리에는 각각 인생의 한 장면을 상징하는 12권의 책을 붙여 놓았는데 각기 임신과 출산, 성장, 죽음 등이 표현이 되어 있다. 

이곳은 금산 지구별 그림책마을에서 선정한 그림책 100권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족이 함께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림책과 인문학 도서를 만나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밖의 풍경을 감상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그림책의 탄생과 오늘날까지의 흐름을 적어놓았다. 1세대인 삽화가의 시대를 거쳐 그림책 2세대와 현재의 일러스트레이터 3세대까지 이어진다. 딱 읽고 보는 만큼 세상은 손을 내밀어 준다. 

대충보다도 수천 권은 될 것 같은 책들이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우리 집이 이렇게 천 장고가 높았다면 이렇게 책장을 꾸며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을 방문한 누구나 책을 빼서 읽어볼 수 있다. 책을 어디에서 빼었는지 모른다면 관리하시는 분에게 맡기면 된다. 

2층에는 식당도 함께 하는데 이곳에도 역시 책이 있다. 밥을 먹으면서 책 읽는 것이 일상인 필자는 어릴 때는 부모님에게 여러 번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읽고 책을 먹으면 된다. 설마 진짜로 책을 뜯어서 먹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주말에만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는 선유당으로 나와본다. 이곳에 앉아 있으면 봄이 되면 산수유와 철쭉을 만날 수 있고 여름이 되면 짙은 녹음을 만날 수 있으며 가을이 되면 새 옷으로 갈아입은 붉은 낙엽들을 볼 수 있다. 한 겨울에 소복소복하게 내린 하얀색의 겨울눈을 보는 재미도 좋을 듯하다. 

조선시대에 왕들 중 세종은 관리들에게 특별한 휴가를 내렸다. 궁에서 떨어진 산속에서 휴식하면서 책에 집중하는 ‘사가독서(賜暇讀書)’가 바로 그것인데 바쁜 일상에 지친 자신에게 독서 휴가를 주는 것은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가족이 함께하고 같이 읽어보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금산 지구별 그림책마을은 아이가 읽기에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고 공간 구성이 창의성을 극대화할만하게 조성이 되어 있어 좋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렇게 북스 테이를 할 수 있는 한옥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금산 지구별 그림책마을 : 충남 금산군 진산면 장대 울길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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