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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7. 2018

백련 연꽃지

지리산에 깃든 소박함

지리산이 그렇게 큰 산이었던가. 지리산이 발을 내리고 있는 지역만 해도 하동을 비롯하여 산청, 함양, 구례, 남원에 이른다. 그렇지만 그 소박함으로 인해 더 빛이 날 때가 있다. 하동의 백련 연꽃지는 도자기를 빚던 사람들이 살던 공간이다. 우리 말로는 가마터이며 한자 도요지(陶窯址)는 토기나 도자기를 구워 내던 가마 유적을 의미한다. 

백련리는 금오산에서 북쪽으로 뻗은 나지막한 산줄기 골짜기 사이에 자리 잡은 마을로 매년 ‘찻사발과 연꽃 만남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백련리 도요지는 1974년에 경상남도 기념물 제2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영화 취화선이 촬영되면서부터이며 문경에서 유명한 막사발 역시 하동에서도 생산되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백련리에는 백련리 도요지 외에도 하동요, 춘강요, 현암요, 새미골 요가 자리하고 있으며 일본의 국보 이도다완[井戶茶碗]의 원류의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백련리에 피는 연꽃은 전남 무안군 회산백련지처럼 대부분의 하얀 백련이 꽃피운다. 

인구수도 적은 마을이라 무척이나 한적하다. 하동을 찾아와서 머물렀던 신라의 석학 최치원은 기록에 의하면 천재였다. 연꽃의 꽃말은 고고함과 우아함을 상징한다. 선악을 빠르게 판단하는 지혜와 고결한 인품, 부러지지 않은 유연한 인품과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은 연꽃과 잘 어울린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연꽃을 보고 품는 마음처럼 도자기를 구워냈을 것이다. 진흙 속에서 고고한 자태를 뿜어내며 강력한 정화 능력을 가진 연꽃처럼 사람 역시 진흙 속에서 고고한 느낌의 도자기를 만들어냈다. 연꽃을 담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연꽃의 종류들도 많다. 수련, 솜털같이 톱니가 예쁜 어리연이나 노란색이 아름다운 개연 등 연꽃을 보는 재미에 여름을 기다렸을 것이다. 가마터에서 만들어지는 자기라는 말은 원래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자신이 본 도자기를 묘사하기 위해 쓴 〈포르셀 라나〉에서 유래되었다. 

가마를 만들고 가마도 높은 화도를 견디어내는 가마로 점차 바꾸어나가면서 저화도(低火度) 연질토기(軟質土器)에서 더욱 발전하여 1,100℃ 이상 1,200℃의 고화도(高火度) 경질토기(硬質土器:炻器)를 만들게 되었고, 토기에서 자기로 바뀌어갔다. 

하동의 백련리는 자기를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간 우리나라의 자기문화를 가진 곳이다. 도자기 접시 안에 하동의 자연이 고고한 색깔로 그은 간결한 선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하얀색의 백련이 지리산 산세 속에 소박함을 넘어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던 도자기의 꿈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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