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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12. 2018

여름

우천 바리안 숲 물놀이장

온도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여름의 낮은 덥다. 사천의 더운 여름날에는 갈만한 곳이 어디가 있을까. 바다를 면하고 있지만 사천에는 해수욕장이 많지가 않다. 대신에 가볼만한 계곡이 많은 곳이 사천이다. 사천의 여름의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특히 곳곳에서 마을 분들이 운영하는 물놀이장과 캠핑장이 많아서 좋다. 


한국의 계절을 보면 봄은 아침, 여름은 한낮, 가을은 오후, 겨울은 밤으로 마치 태어나고 자라면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삶의 시간대와 비슷해 보인다. 여름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은 보면 니콜라 푸생의 그림인 〈여름〉의 〈룻기〉가 교차된다. 그림 속 한 여인이 남자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데, 남편이 죽은 뒤에도 시부모를 극진히 봉양하기 위해 이삭을 줍던 룻이 밭주인 보아스의 눈에 드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늘막을 펼쳐놓고 더위도 피하지만 옆에는 계곡이 있어서 왠지 시원 해지는 곳이다. 마을분들은 외지분들이 익숙한지 경상도의 사투리로 왜 왔는지 물어본다. 그냥 좋은 곳을 소개하기 위해서 들어왔다고 인사를 하자 반갑게 맞아주신다. 

1년 중에서 가장 더운 계절이며 한여름의 기온은 밤이 되어도 25℃를 넘어 잠을 설치는 여름밤이 되는데, 이것이 이른바 열대야(熱帶夜)의 현상으로 조금 몸이 괴롭기는 하지만 야외에서 즐기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일상에서 복잡하고 머리 아픈 것을 잊어버리고 여유롭게 야외에서 즐겨본다. 

살다 보니 이런 삶을 살게 되었다는 사람들은 가끔씩 본다. 아이들이 능숙하게 야외용품을 활용해서 먹을 것도 먹고 스스로 척척 무언가를 해낸다. 

우천 바리안 숲 놀이장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당연히 물이 잠시 고여 있는 물놀이장이다. 깊지도 얕지도 않은 물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참 많다. 우천리 우천마을은 사천의 주산인 와룡산의 한 갈래가 뻗어내려 형성된 마을 뒷산이 솔개가 먹이를 포식하는 형상이고 우천(牛川)은 마을의 뒷산이 지리 풍수설로 와우형(蝸右型)이라 소꼬리는 와룡산에 있고 소머리 부분이 마을에 위치하여 와룡산에서 맛있는 풀을 많이 뜯어먹고 냇가에서 물을 먹은 다음 편안한 모양으로 편히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풍수지리학적인 이름으로 우천이라 불리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아침저녁의 기온차가 큰 곳이지만 물이 남달리 시원하다. 마을 사람들이 협동으로 마을을 운영하고 공동으로 하는 두레가 아직도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이 맛있는 것은 아마도 이 앞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깨끗하기 때문일 것이다. 

 

술솦향이 주변을 흘러 다니고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흘러내려오는 죽천 강 개울의 물놀이를 즐기는 분들과 평상 위에서 가져온 음식재료들을 해 먹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마음 편히 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게 된다. 


벌써 가을이 들어온 것인가 제철 대하를 가져와서 굽는 분들도 있고 가장 쉬운 요리라는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20대 초반의 친구들끼리 와서 볶음밥을 해 먹는 여자 일행의 요리를 찍자 모두들 웃으면서 나를 쳐다본다. 그냥 맛있는 김치와 베이컨과 햇반만 있으면 한 끼 간단히 해결된다. 올해의 여름은 또 이렇게 지나가리라. 


우천 바리안 마을

경남 사천시 사남면 우천리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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