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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서민들의 음식

어릴 때만 하더라도 하얀 쌀밥을 주는 집이 왠지 더 고마웠다. 보릿고개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보리는 서민들의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잘 살고 있는 집들은 하얀 쌀밥 좀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건강을 생각하면서 보리가 다시 뜨기 시작한 것은 십수 년 전부터다. 보리는 크게 겉보리와 쌀보리로 나뉘는데 껍질이 종실에 달라붙어 분리되지 않는 것을 겉보리, 껍질이 종실에서 쉽게 분리되는 것을 쌀보리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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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중앙시장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맛집은 잔치국수와 보리밥을 내놓는 집이다. 이번에는 보리밥을 먹기로 생각하고 보령의 시장을 찾았다. 보리밥은 가끔 먹으면 참 별미이기도 하지만 쌀에 부족한 여러 영양성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배부르게 먹어도 금방 소화가 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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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시장통의 음식점답게 분위기가 서민적이다. 반찬도 엄청나게 많이 제공이 된다. 특히 재배를 해서 가져온다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은 그 고유의 맛을 잘 살려서 좋다. 보리밥을 비벼먹는데 자꾸 이것저것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젓가락이 바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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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온 보리밥이다. 보리밥을 제외하고 반찬은 9가지 정도가 나오는데 하나는 국이고 다른 나물들은 모두 일반적인 음식점이라기보다 마치 한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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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넣어서 비벼먹으라고 하는데 간이 적당해서 좋다. 보리밥을 만들어서 먹는 것은 쌀보리로 껍질이 분리되지 않는 겉보리는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찰기가 적은 것을 메보리고 찰기가 많은 보리는 찰보리인데 이 음식점에서 먹은 보리밥은 찰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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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많이 먹을 거냐고 물어봐서 조금 많이 먹을 것이라고 했더니 상당히 많이 퍼주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탓인지 이 어마어마 한양을 모두 먹었다. 꼭 배가 고파서 먹었다기보다는 비빈 후에 남기면 벌금을 1,000원 받는다는 벽면의 문구가 아주 조금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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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호박잎도 같이 싸서 먹으라고 해서 싸서 먹는데 꽤나 괜찮은 궁합이다. 호박잎은 토속적이면서 구수한 맛이 있어서 국을 끓일 때 사용해도 좋다. 호박잎은 너무 찌면 축 늘어져 촉감이 좋지 않고 맛도 없어진다. 호박잎은 비타민이 풍부한 반면 단백질이 부족하므로 궁합이 잘 맞는 비빔밥에 싸서 먹는 것이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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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좋은 식재료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쉽게 값지고 귀한 것들을 잊고 산다. 일상에서 행복을 일깨워준 가을 별미 보리비빔밥은 호박잎에 잘 비벼진 밥을 놓고 맛난 반찬을 넣고 쌈을 싸서 입에 넣으니 가을도 잊히는 꿀맛이 입안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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