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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2. 2018

보리밥

서민들의 음식

어릴 때만 하더라도 하얀 쌀밥을 주는 집이 왠지 더 고마웠다. 보릿고개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보리는 서민들의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잘 살고 있는 집들은 하얀 쌀밥 좀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건강을 생각하면서 보리가 다시 뜨기 시작한 것은 십수 년 전부터다. 보리는 크게 겉보리와 쌀보리로 나뉘는데 껍질이 종실에 달라붙어 분리되지 않는 것을 겉보리, 껍질이 종실에서 쉽게 분리되는 것을 쌀보리라고 부른다. 

보령 중앙시장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맛집은 잔치국수와 보리밥을 내놓는 집이다. 이번에는 보리밥을 먹기로 생각하고 보령의 시장을 찾았다. 보리밥은 가끔 먹으면 참 별미이기도 하지만  쌀에 부족한 여러 영양성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건강식품으로 배부르게 먹어도 금방 소화가 잘된다. 

역시 시장통의 음식점답게 분위기가 서민적이다. 반찬도 엄청나게 많이 제공이 된다. 특히 재배를 해서 가져온다는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은 그 고유의 맛을 잘 살려서 좋다. 보리밥을 비벼먹는데 자꾸 이것저것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젓가락이 바쁜 날이었다. 

드디어 나온 보리밥이다. 보리밥을 제외하고 반찬은 9가지 정도가 나오는데 하나는 국이고 다른 나물들은 모두 일반적인 음식점이라기보다 마치 한식을 먹는 느낌이었다. 

이걸 넣어서 비벼먹으라고 하는데 간이 적당해서 좋다. 보리밥을 만들어서 먹는 것은 쌀보리로 껍질이 분리되지 않는 겉보리는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찰기가 적은 것을 메보리고 찰기가 많은 보리는 찰보리인데 이 음식점에서 먹은 보리밥은 찰보리였다. 

밥을 많이 먹을 거냐고 물어봐서 조금 많이 먹을 것이라고 했더니 상당히 많이 퍼주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탓인지 이 어마어마 한양을 모두 먹었다. 꼭 배가 고파서 먹었다기보다는 비빈 후에 남기면 벌금을 1,000원 받는다는 벽면의 문구가 아주 조금은 영향을 미쳤다. 

자꾸 호박잎도 같이 싸서 먹으라고 해서 싸서 먹는데 꽤나 괜찮은 궁합이다. 호박잎은 토속적이면서 구수한 맛이 있어서 국을 끓일 때 사용해도 좋다.  호박잎은 너무 찌면 축 늘어져 촉감이 좋지 않고 맛도 없어진다. 호박잎은 비타민이 풍부한 반면 단백질이 부족하므로 궁합이 잘 맞는 비빔밥에 싸서 먹는 것이 제맛이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좋은 식재료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쉽게 값지고 귀한 것들을 잊고 산다. 일상에서 행복을 일깨워준 가을 별미 보리비빔밥은 호박잎에 잘 비벼진 밥을 놓고 맛난 반찬을 넣고 쌈을 싸서 입에 넣으니 가을도 잊히는 꿀맛이 입안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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