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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6. 2018

비 오는 날

호박, 깻잎순, 오징어 전

비가 무척 많이 내리면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고 무언가 센티하여지는 기분이 든다. 그럴 때 사람들은 집에서 전을 부쳐서 먹기도 하는데 재료와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아무튼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애호박을 주재료로 사용한 전을 부치기로 생각했는데 조연인 오징어가 더 부각된 느낌의 전이었다. 개인적으로 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라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는 살짝 고민을 하긴 했다. 


애호박 1개, 깻잎순, 냉동 오징어를 구매했다. 그리고 부침가루와 찍어먹을 소스를 만들기 위해 간장과 식초, 참기름, 통깨, 고춧가루 정도를 준비한다. 

애호박을 썰기 시작한다. 이 전을 먹어본 동생이 말하길 이렇게 기다란 것보다 동글동글한 애호박이 맛있다며 다음에는 그걸로 하는 것이 어떠냐며 권해본다. 

전은 조금 텁텁할 수 있으니 청양고추도 같이 썰었다. 애호박은 조금의 시간이 걸려서 썰었고 냉동오징어가 해동이 되는 시간까지 나머지 재료를 손질했다. 

냉동오징어를 해동하고 나서 바로 칼질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살짝 데쳐서 써는 것이 더 수월할 듯하다. 다음에는 해동하고 살짝 데치고 난 후에 썰고 부쳐야겠다. 

재료가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이걸 조물조물 버무린다면 원래 생각했던 얇은 전을 만들기보다는 두꺼운 전이 탄생할 듯하다. 예감은 불길했지만 맞아 들어갔다. 

부침가루가 생각보다 부족했지만 여전히 성실히 잘 버무려본다. 맛있을까? 맛있지 않을 이유는 별로 없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전을 익히기 시작했다. 

전을 만들고 나니 어제 만든 무생채를 같이 먹어도 좋지만 궁합이 전을 소스에 찍어먹고 나중에 입가심으로 무생채를 먹는 것이 더 나을 듯했다. 간장 3T, 식초 1T, 고춧가루 1T, 깻잎 1T, 참기름 약간을 넣었다. 딱 간이 맞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호박-깻잎-오징어 전이다.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호박 속 당분이 힘든 한주를 보내느라 소진한 체력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위 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으로 속을 부드럽게 채워주고, 신경완화 작용을 하는 비타민 B12가 풍부해서 호박은 몸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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