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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7. 2018

백운서재

가난한 집 제자를 가르치던 곳

지금 교육에 평등이라는 것이 있을까. 우선 한국 교육부는 평등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배움의 기회조차 평등하지 못하면 그 사회는 더욱더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들만의 리그 속에 들어가는 것은 더 힘들어진다. 통영에 가면 백운 고시완이라는 사람이 건립한 서재인 백운서재가 있다. 서재는 크지 않지만 그의 바른 생각을 기리기 위함인지 주변 도로는 백운길이라고 명명되어 있다. 

사람들은 옛날보다 살기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옛날의 때도 한 시기고 지금도 한 시기이다. 요즘에는 많은 것을 보고 읽으면서 노력한 만큼 대접받고 현실을 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싶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번뇌하는 시간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역사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얻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살아보려고 한다. 

차로 들어갈 수 없는 골목이기에 걸어서 백운서재가 있는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니 천암산 기슭에 자리한 백운 서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백운 고시완은 제주고씨로 성품이 호방하고 명석한 두뇌로 학문에 전념하면서 출세에는 마음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호박을 만들기 위한 호박꽃이 길가에 피어 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가겠지만 서민들의 밥상에서 저렴하지만 영양가를 제공해주는 호박을 만들어주는 꽃이기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 

백운서재는 소박함 그 자체였다. 실학의 연구에만 몰두하여 이와 기의 흐름을 밝히는데 전심전력을 하였으며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모색했던 그는 없는 집안의 자제를 가르쳤다. 배움을 하는 것은 모든 부분을 구별 없이 사랑하기에 모든 부분을 구별 없이 기르는 것이다. 

작은 정자와 건물은 1928년에 건립되었다. 학문과 도덕을 같이 겸비한 인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람은 몸의 중요한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의 한 손가락만을 기르고 어깨와 등을 잃으면서도 알지 못한다면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가르치던 공간을 지나오면 작은 연못과 함께 건물이 나온다. 이 지방의 유림들은 매년 그를 기리며 음력 8월 말 정일에 향사하고 있다고 한다. 맹자는 대인과 소인의 차이를 이렇게 대답했다.


"몸의 중요한 부분을 따르면 대인이고, 하찮은 부분을 따르면 소인이다."


보통 사람은 눈과 귀에 의해 무언가를 판단하려고 하지만 눈과 귀는 사고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그렇기에 외부의 사물에 의해 가려지기 쉽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기능을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도리를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도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백운서재의 작은 연못에는 작은 돌산 같은 것이 있고 그 아래에는 유유히 헤엄치는 비단잉어들이 있다. 꾸준히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이 거주하는 집도 한편에 있다. 

백운 고시완 선생의 본관인 제주고씨(濟州高氏)는 탐라국 개국 설화에 나오는 삼성혈(三姓穴)에서 탄생하였다고 하는 고을나(高乙那)를 시조로 삼고 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관직 진출자들이 조선 전기보다 훨씬 줄어들었고 장자 위주의 가부장적 가족제도가 확립되면서부터 옥구에 거주한 제주고씨들이 타관으로 거주지를 이동한 경우는 매우 적었지만 고려와 조선 전기에는 적지 않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이 없으나 힘써야 할 일을 급하게 여긴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호로 지정된 백운서재는 경남 통영시 백운서재1길 26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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