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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31. 2018

물그림자

경주 동궁과 월지의 야경

물에 비치는 그림자가 더 명확해지는 계절이 왔다. 경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야경 여행지로 경주 동궁과 월지가 있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상당히 큰데도 불구하고 가을 야경이 멋지다는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해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기도 했다. 월지는 예전에 안압지라고 불리던 곳으로 신라의 태자가 살던 동궁과 함께 신라 조경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 경주를 찾은 사람들은 여행의 방점을 야경을 즐기기 좋은 동궁과 월지를 추천했다. 유네스코 경주 역사 유적 지구로 지정된 월성지구 안에 들어가 있는 동궁과 월지는 안압지로 알려지다가 2011년에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이 바뀌었고, 연못과 건물 3채가 복원되면서 새롭게 명소로 거듭났다. 

오래전에는 신라의 태자가 머물렀을 이곳은 『삼국사기』에 의하면, 679년에 궁궐을 매우 화려하게 고쳤다고 하였고, 804년(애장왕 5), 847년(문성왕 9), 867년(경문왕 7)에는 임해전을 중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통일신라 말기에 신라왕 경순왕이 931년에 후백제의 위협을 호소하기 위해 고려 태조 왕건(王建)을 초청하여 주연(酒宴)을 베풀기도 했다. 

이곳을 찾아온 모든 사람들은 야경에 물 위에 그대로 비추어지는 풍광에 모두 감탄을 하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고 전설 속의 해중선산(海中仙山)인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州)를 상징하는 3개의 섬을 만들고서 꽃을 심고 진기한 새와 짐승이 렌즈 속에 들어왔다. 

안압지에 와본 것이 이번이 세 번째다. 복원되기 전에 두 번 와본 것이 전부였는데 그때는 야경이 아닌 주간에 와서 신라의 연못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만 받고 돌아간 기억이 난다. 

건물이 복원되고 나니 볼 것들이 더 많아지고 시선의 변화가 더 많아졌다. 여름에는 연꽃이 만개하는 곳이지만 가을에도 이렇게 야경이 멋들어지게 연못으로 드리우며 물속에 또 하나의 동궁을 만들어내고 있다. 

안압지라는 지명은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드는 못이라고 해서 붙여져서 오랫동안 불려 오다가 복원작업을 통해 발굴된 유물 속에서 신라시대에는 이곳을 월지라고 했던 기록을 보고 역사 복원 차원에서 월지라고 부르게 된다. 

물에 비치어 나타난 그림자를 물그림자라고 부르는데 물결치는 곳에서의 물그림자는 흐릿하면서도 계속 바뀌지만 바람마저 고요한 이곳에서의 물그림자는 실물보다 더 실물처럼 건물과 나무, 벽을 재현해내고 있다. 


동궁과 월지의 야경에 취하고 물에 비친 물그림자를 앞에 두고 카메라를 올리는 손이 바빠지는 시간은 모두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고안하여 어느 곳에서 바라보다오 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동궁과 월지는 경주여행에서 빼놓으면 아까운 곳이다.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200원, 어린이 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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