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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9. 2015

인턴

따뜻함의 향기가 묻어나는 영화

한국에서는 인턴이라는 개념이 모호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수습사원정도가 있었다고 해야 하나. 

요즘 인턴이라는 단어는 열정을 희생시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하는 그런 존재로 사용된다. 각종 스펙과 힘든 과정을 거쳐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다시 2차 관문을 남겨놓은 젊은 인생이 인턴이다. 


사회공헌 활동 (CSR)에 대해 분석자료를 내본 기억이 있다. 외국의 사회공헌 활동과 한국의 사회공헌 활동은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외국의 경우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하려고 하지만 한국의 사회공헌 활동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베풀어주고 끝나는 식이다. 


줄스는 창업 1년 반만에 투자를 이끌어내고 직원 220명을 거느린 의류회사의 CEO이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그녀의 스텝 중 하나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65세 이상만 고용하는 시니어 인턴을 계획하고 면접 과정을 통해 퇴직하여 노후를 무료하게 보내던 70세의 벤이 인턴으로 채용이 된다. 각 인턴은 실무에 배치가 되는데 벤은 CEO인 줄스에게 할당이 된다. 나이 많은 인턴이 탐탁지 않았던 그녀는 벤에게 아무 일도 맡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 


열정이라면 이런 영화처럼


이 영화를 보면서 힐링도 되었지만 미국과 유럽의 직장은 다르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개개인의 사생활과 삶이 중요한 유럽 사람들과 달리 미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한국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 직장인들은 비생산적인 일 때문에 시간을 적지 않게 소모하는 한편 미국은 그냥 일이 많다. 그리고 일을 열심히 하면서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줄스는 아이에게는 거의 신경 쓰지 못하는 여성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위해 가정은 공고히 유지되기를 바란다. 


열정의 30대 CEO와 노련한 70대의 인턴


한국 직장에서 70세의 인턴을 고용한다면 미쳤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컴퓨터도 잘 못 다루고 스마트폰도 쓰지 않으며 각종 기계치이기까지 하다. 모든 것이 클래식하다. 항상 슈트를 입고 다니고 자신만의 빈티지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닌다. 원피스가 여성미의 상징이라면 슈트는 남성의 상징이다. 슈트를 입는 순간 마인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리 하게 입고 다니는 것이 쿨 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젠틀 해 보이지는 않는다. 


처음에 70세 인턴을 달가워하지 않던 줄스도 그가 살아왔던 인생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쿨한 것과 프리 한 것이 멋지다고 생각되는 이 시대에 구닥다리처럼 보이지만 돌고 돌다 보면 클래식한 것으로 돌아가는 법이다. 줄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과 답답함을 벤을 통해 해소하면서 자신이 고용한 인턴이지만 오히려 자신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차가워 보였던 줄스가 다시 온기를 찾아가는 느낌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도도하고 열정적이기만 하던 그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대하는 것을 볼 때 가슴속에 작은 울림이 온몸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듯하다.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도 사람과의 소통을 필요로 한다. 사람의 상처는 다른 사람으로 인해 치유할 수 있기에 사람과의 인연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게 눈물이 날 것 같지 않은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오게 된다. 남자가 손수건을 들고 다니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 있는 대사만큼이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과 내가 부족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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