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Nov 18. 2018

평양냉면

한 그릇의 미학

한 그릇을 잘 먹는 일은 하루를 잘 살 수 있는 중요한 일과다. 진득한 육수의 냉면도 좋지만 밍밍한 듯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평양냉면(平壤冷麵)을 좋아한다. 문자 그대로 차가운 국수라는 뜻의 냉면(冷麪)이 문헌에 보이는 시기는 조선시대 중반에 등장하는데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독특한 맛이라고 표현해놓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면발이 긴 냉면에다 김치인 숭저(菘菹)를 곁들여 먹었다고 하는데 평양에서는 고기 안주에 감홍로를 마신 후 취하면 냉면을 먹으며 속을 풀었기에 선주후면(先酒後麵)이라는 말도 나온다. 


천안에는 여러 음식점이 있지만 특히 평양냉면을 잘하는 집들이 몇 곳 있다. 그중 한 곳을 찾아가서 평양냉면을 맛보았다. 이 음식점은 독특하게 고추를 채 썰듯이 넣어서 육수를 내온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베이스로 해 만든 육수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평양냉면은 감칠맛과 구수한 맛이 좋다. 얼마 전에도 이슈가 된 평양냉면은 평양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서도 고향에서 먹은 냉면 맛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한다.

가위로 잘라서 먹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지만 평양 사람들은 가위로 자르지 않고 그냥 후루룩 마시듯이 먹는다고 한다. 겨울철 계절 음식으로는 메밀국수에 무와 배추김치를 넣고 고기를 얹은 냉면을 먹는다고 소개했는데 그중에서도 관서(關西) 지방의 국수가 제일 맛있다고 했으니 바로 평양냉면을 말한다고 한다. 

먹다 보니 한 그릇이 깨끗이 비워졌다. 음식은 양념을 적게 하여 짜지도 않고 맵지도 않은 담백미(淡白味)를 즐기기에 만들어진 평양냉면은 음식 고유의 맛을 잘 살린 평양의 지역색이 반영되어 퍼진 음식이다. 평양냉면의 육수는 뼈를 골라내고 차게 식혀서 기름을 걷어내고, 고기는 편육으로 썰어놓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분 짓지 않는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