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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8. 2018

결혼

아름다운 정원 화수목

천안에서 카페이면서 정원으로서의 소박하면서도 고즈넉한 풍광을 가지고 있는 곳이 있다.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화수목은 천안의 외곽에 있지만 결혼식이나 다양한 행사를 치루기도 하고 한 시점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간다고 한다. 사람은 무뎌지고 기억은 희석되지만 어떤 시간은 종종 느리게 가기도 한다. 

화수목이라는 정원에서는 동화 속 캐릭터들이 잘 표현되어 있어서 어른이나 아이에게나 모두 만족할만한 곳이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들을 찾기가 너무 어려운 시대에 불행하기 위한 조건들만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 공간은 있지 않을까.

이날 화수목에서는 작은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이라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념이 확고할 때 성립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행복한 결혼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성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가르쳐주어야 올바르고 균형적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이라던가 왜곡된 관점을 주입시키면 자신이 정말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날 누군지는 모르는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결혼의 온도는 초기에 가장 뜨겁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식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요즘 결혼은 완전 일방통행은 없다. 결혼도, 사람도, 온도도 이런 날도 있고 이런 날도 온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 

이곳에 표현된 동화 속 캐릭터 중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일곱 난쟁이와 다소 백치미가 돋보이는 백설공주의 모습이 환영해주고 있다. 

연못의 중앙에 섬이 있고 그곳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다리가 있지만 실제로 건너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는 않다. 결혼식이 있던 커플들에게 그 날은 내 편이 되어줄 상대방, 내 편이었던 온도,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왔던 사람들이 하루 종일 함께한 그런 날이 아니었을까. 

갑자기 혹성탈출 속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전 세계에 퍼진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해 유인원들은 나날이 진화하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점차 지능을 잃고 퇴화해 간다. 인간에게는 이미 유인원 유전자가 있기 때문에 유인원이 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그런 세상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카페 안에도 많은 캐릭터들이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주인공들이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지나친 욕심을 갖지 말자"는 내용이다. 실은 아주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거위의 배 속에 정말로 황금알이 있다고 한들 그걸 갈라봤자 몇 개나 나오겠는가? 거위가 덩치 큰 동물이라면 욕심이 날 만도 하겠지만 실제론 그렇지도 않다. 

아름다운 정원 수목원에는 따뜻하게 온실로 조성된 곳도 있는데 이곳의 콘셉트는 제주다. 제주의 돌하르방과 제주도에서 봄직한 수목들이 심어져 있다. 크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한 바퀴 돌아볼만하다. 

제주에는 굴거리나무, 으름덩굴, 꾸지뽕나무, 팽나무, 산뽕나무, 소귀나무, 구실잣밤나무, 졸참나무, 푸조나무, 모람, 왕모람, 신갈나무, 종가시나무, 사방오리, 서어나무, 붉가시나무, 사스레피나무등 다양한 나무가 살고 있다. 

별주부전의 주인공들도 있다. 별주부전은 인도 설화에 뿌리를 둔 불전 설화(佛典說話)를 근원 설화로 하고 있는데 주색에 빠져 병이 들고 어리석게도 토끼에게 속아 넘어가는 용왕과 어전에서 싸움만 하고 있는 수궁 대신들은 당시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사회의 인물들을 투영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춥지가 않아서 야외에서 결혼식을 하기에는 괜찮은 날이었다. 어떻게 이 곳까지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결혼식 한 분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본다. 과거에 살면서 미래만 꿈꾸면 지금 현재는 날아가 버린다. 가끔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 채 헤매고 있다면 다시 한번 물어보는 것이 어떨까. "지금 뭐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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