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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18. 2018

매듭

매듭 안에 노닐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이쁘게 묶기 힘든 것이 매듭이다. 끈을 소재로 그 끝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맺고 죄어서 문양을 표현하는 기법인 매듭은 하나의 공예가 되기도 한다. 매듭장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이니 오랜 시간의 노력으로 탄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래간만에 찾은 카페에서 매듭과 관련된 전시전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이곳 역시 매주 월요일에는 다른 미술관과 같이 휴관을 한다. 이원섭이라는 사람의 매듭은 홍색·남색·황색의 3 원색을 기본으로 하여 연두색·분홍색·보라색·자주색·옥색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종류로는 도래매듭·생쪽매듭·안경매듭·매화매듭·국화매듭·나비매듭·꼰디기매듭·석씨매듭 등이 있다고 하는데 매듭은 이렇게 그림과 글로도 표현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매듭으로 만든 다양한 소품도 구입할 수 있다. 모든 것들이 끈을 하나하나 묶어서 만들었다. 매듭을 생각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연상할 수 있다. 좋은 매듭의 첫 번째 조건은 매듭을 지었을 때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손쉽게 묶고 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똑같지 않을까. 

승무 -  조지훈

얇은 사 하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깍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매듭으로 만들어서 마을과 산과 그 길을 연결해주었다. 

매듭·히치·밴드의 공통된 원리는 힘을 가하여 잡아당길 때 그 구성 부분들이 더욱 단단하게 죄어지며 이때 생기는 마찰의 힘으로 매듭을 고정되게 만든다. 동그란 유리구에 담긴 매듭들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매달려 있다. 

옛날 여인들은 이런 매듭에 귀중한 장신구를 매달아서 보관했다. 우리나라 매듭은 입체 조직으로서 명주실을 소재로 하여 색감이나 조형미에서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 민가에서도 노리개·주머니 끈·허리띠 등을 횃대에 걸어 길에 들고 다니며 팔기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광경을 찾기가 힘들다. 

차 한잔을 마시면서 매듭도 구경하고 매듭에 어떤 모양들이 있는지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매듭들은 한결같이 한 올의 끈목을 곱접어 중심을 잡고 두 가닥의 끈을 질서 있게 엮는 방식은 무려 33종에 이른다고 한다. 

아무리 복잡한 매듭이라도 중심에서 시작되어서 그 매듭의 중심 밑에서 끝나 끈목의 결을 바로 세우며 올을 따라 조금씩 점차적으로 죄어서 만들어간다. 다양한 색깔의 실들이 이어지니 이런 화려한 나비로 탄생하였다. 

매듭을 감상하고 나오는 길에 눈에 뜨이는 부엉이다. 어둠 속의 지혜를 가졌다는 부엉이와 매듭은 부엉이가 준다는 부와 명예, 매듭을 잘할 수 있는 지혜가 이어지는 이 공간에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넘쳐나고 있다. 


“이성이 없는 상상력은 걷잡을 수 없는 괴물들을 낳는다. 상상력이 이성과 결합하면 예술의 어머니요 예술이 주는 경이의 근원이 된다.” - 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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