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01-1

Day 2015.11.11

목이 매달려 죽는 것은 꿈에서라도 정말 비참하다. 매달린 순간 혀가 퉁퉁 부어올라오면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 머리로 피가 가지 않지만 의식은 살아 있는데 그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를 살해했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누군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꿈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끔씩 반복되었다. 한참 공부해야 될 시기에 시작된 꿈은 나를 끈질기게 괴롭혀왔다. 겨우 깨어난 나는 머리맡에 있는 폰으로 시간을 보니 아직 새벽 5시다. 취재하러 나가야 되는 시간인 7시 30분까지 아직 한참 남았다. 어차피 다시 자기는 힘들 듯하다. 옆에 있는 침대 등을 터치하니 어둠에서 조금씩 익숙해진 방안이 눈에 들어온다.


공포스러운 기억 때문인지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을 교수형에 대해 알아 본 적이 있다. 한국은 1997년 이후로 사형집행이 되지 않은 실직적인 사형폐지국가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의 사형집행은 교수형으로 집행이 되었다. 교수형은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급성 뇌 빈혈을 일으키기 위해 목을 매다는 요셉 랭 식(현수식)이 있고 목을 당겨 경추를 부러뜨려 안에 있는 척수를 파손시켜 바로 죽이는 롱 드롭 식(수하식)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어떤 것이 더 인간적인지는 모르겠다. 사형당하는 사람은 기억해도 그 가족들은 영원한 어둠 속에 갇힌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형당해도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가족이 당해야 할 정신적인 고통의 무게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또 상념에 빠져버렸다. 새벽에 일어나면 머리가 맑은 것 같으면서도 과거의 기억이 자꾸 되살아난다. "일어났니?" 큰 이모가 지나가다 방안의 빛을 본 모양이다. "예 일어났어요." 몸을 조금 가볍게 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면서 대답했다. "좀 더 자지 그래." 이모가 문을 살짝 열으면서 물어본다. "잠이 안 오네요. 지금 깼어요." 이모가 말없이 문을 닫으면서 부엌 쪽으로 걸어간다.


이모네 집은 매일 아침 가족끼리 식사를 같이 한다. 음식 솜씨가 꽤나 좋은 이모 덕분에 매일 아침은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다. "현아. 오늘이 엄마 기일이지?" 이모부가 밥을 먹다 말고 물어본다. "예 오늘이에요." "별일 없으면 있다가 들어와서 제사라도 지내자." 현은 아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오늘 인터뷰한다고 안 했어?" 다소 무거워진 식사 분위기 전환을 하려고 했던 모양인지 경희가 물어본다. "응 있다가 충무로로 가야지." "주제가 뭔데" 현은 경희를 한번 쳐다보고 물을 한잔 마시며 "말하기가 좀 그런데. 변태에 대한 담론이라 할까." 경희는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변태?"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네가 생각하는 머 그런 범죄는 아니고."


"경희야 그만 물어보고 너도 학교 갈 준비해야 하잖아."

"나도 대학생인데 어때?"

"오빠 바쁘잖아." 이모가 그만하라는 눈치를 준다.


"잘 먹었습니다." 현은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간다. 음이온 칫솔 살균기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전동칫솔을 뺀 다음 거울을 바라보며 멍하게 쳐다보며 이를 닦는다.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머리를 적시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어머니가 일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돌아가신 것이 12년 전이다. 그때 이모부의 배려로 이집에 들어와서 대학교를 다녔다. "오빠 아직도 멀었어?" 경희가 문 앞에서 물어본다. "아.. 잠깐만 다 씼었어." 욕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경희를 바라보며 "많이 기다렸어?"


"아니 내가 좀 빨리 나가야 해서."

"그래 알았어."


출근 준비를 끝낸 현은 자신의 차에 타서 시동을 걸었다. 마침 소윤이에게 전화가 온다. 출근하는 길인 모양이다. "응 소윤아." 기분이 좋은지 소윤이 특유의 음색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오빠 출근하는 거야?"

"지금 차에 시동 걸었어."

"엄청 막히겠다."

"넌?"

"난 지금 지하철 안이야."

"오빠 오늘 어머니 기일이지?" 소윤이에게 어머니 기일은 말해준 적이 있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소윤이는 그걸 궁금해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내가 말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주는 것 같다. "응 오늘이 기일이야."

"오늘 일찍 들어가야겠네?"

"그래야 될 거 같아."

"오전에 충무로에 간다고 했나?"

"충무로에 갔다가 회사 들어가서 정리하고 퇴근해야지." 소윤이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왜 웃어?"

"그냥 오늘 오빠가 취재한다는 주제가 생각나서."

"소윤이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나도 인터뷰 한 건 해줄게 한번 물어봐."

"싫어."

"혹시 오빠도 그런 기질 있는 거 아냐?" 현은 한숨을 쉬며 "알았어. 소윤이는 실제로 변태를 좋아해?"

"사랑하는 오빠라도 변태라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변태의 기준이 뭔데?"

"옷을 야하게 입는 것까지는 좋은데 간호사복이나 특정 상황극에 몰입하는 거나 채찍 같은 걸로 쾌감을 느끼지는 않아."

"야동 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병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싫어."

"사랑하는 관계에서 변태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것 같긴 한데 실제로 야동에서 보는 것처럼 관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듯."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긴 해 ㅎㅎ"

"다른 사람이 소윤이를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할 거라고 생각 못할 거야."

"내가 어때서?" 차의 흐름이 갑자기 몰리는 차로 인해 갑자기 막히기 시작했다. 충무로까지 얼마나 걸릴까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빠?"

"응 아.. 차가 좀 막혀서." 소윤이가 또 웃는다. "내가 물어본 거 왜 대답 안 해?"

"아 소윤이 처음 보면 야무지게 보이잖아. 나이가 들어도 김성령같이 될 것 같은 이미지."

"김성령 내가 좋아하는 배우중 하나인데 고마워. ㅎㅎ"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야. 소윤이 같은 성격에 이미지 드물지."

"오빠! 목요일에 뭐 사줄까?"

"하하하 소윤이 덕분에 비타민C 마신 기분이 드네."

"나 도착했어. 있다가 전화할게. 오빠도 일 잘보고."

"응 그래 오늘도 즐겁게 활기차게."


아침 러시아워 덕분에 1시간쯤 걸려 충무로에 도착했다. 충무로에서 영화 관계자와 픽업 아티스트, 여성작가와 1시간 반 정도에 걸쳐 인터뷰를 끝마치고 잠시 커피숍에서 더치 커피 한잔을 마시며 기사를 정리하면서 있던 현의 곁으로 여성 한 명이 다가왔다. "최현 에디터 맞으시죠?" 현은 고개를 돌리며 여자를 보았다. 어디서 봤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디선가 기자의 냄새가 나는 여자다. 똑소리 나게 생긴 여자다. "예 맞긴 한데요."


"혹시 여기 앉아도 되나요?" 현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무슨 일 때문에... 어쨌든 앉으세요."

"2년 전인가요? 연쇄살인범의 사형 문제로 떠들썩할 때 최현 씨가 사형제도에 대해 반대하면서 그 가족에 대한 보호라던가 그 폐해에 대해 글을 올려 한참 이슈화된 적이 있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그 입장을 잘 알고 있나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거든요." 현은 여자를 바라보며 경계심이 있는 자세를 취하며 손을 입가로 올리면서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로 올려 다리를 꼬았다.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예요?"

"그냥 궁금했었어요. 그래서 최현 씨의 글을 자주 읽어보기도 했고요."

"관심 가져줘서 감사한데요. 딱히 할 말은 없어요."

"혹시 가족이나 친인척 중에 사형과 관련된 사람이 있지 않은가요?" 현은 고개를 돌려 노트북으로 눈을 돌리며 손을 키보드에 올리면서 말한다. "제가 좀 바빠서요."

"지금도 사형제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고 계신 건가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 저는 21 투데이의 김수진 기자예요." 명함을 현에게 건네주며 말한다. 현은 건네받은 명함을 받으며 슬쩍 본 다음 "김수진 기자님 그때 사형에 대해서는 에디터로서의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고 저랑은 관계가 없어요."

"아니 지나치게 사형수를 옹호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요."

"이봐요. 그만하시죠." 뒤에서 소윤이가 오면서 말한다. 김기자는 소리가 나는 뒤쪽을 쳐다보았다. 현 역시 어떻게 여기를 왔느냐는 표정으로 소윤이를 쳐다보았다. "지금 다른 데를 가야 하거든요." 현을 바라보며 현의 앞에 놓여있던 노트북을 들면서 머리를 살짝 옆을 가리키며 가자는 액션을 취했다. "김기자님 제가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나중에 시간 있으면 말씀하시죠."


"여긴 어떻게 왔어?" 소윤을 바라보며 소윤의 손에 들려 있던 노트북을 가져온다. "마침 이쪽에서 미팅이 있었거든 미팅 끝나고 오빠가 여기 있을 것 같아 왔는데 웬 여자랑 있더라고?" 살짝 눈을 흘기면서 현을 쳐다본다. "봤잖자 누군지는..." 현의 팔짱을 끼면서 웃으면서 말한다. "빨리 밥도 먹어야겠고 곤란한 것 같기도 해서 참견 좀 했지." 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없이 걷는다. "그런데 뭐 먹을까?"


"오빠가 더 잘 알잖아." 현은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구해준 은혜도 있고 하니 보리굴비에 돌솥밥 어때?" 소윤은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 완전 보리굴비 좋아하는데. 좀 무리하는 거 아냐?" 현은 소윤을 잠시 바라보며 "소윤이랑 맛있는 거 먹는 건데 뭐가 아까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현과 소윤을 김수진 기자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현이 2년 전에 남성잡지에 올린 기사가 하나 있었다. 시사잡지도 아닌 남성잡지에서는 조금 의외의 주제였었는데 초등학생 5명을 잔혹하게 강간하고 살인까지 저질렀던 연쇄살인범이 잡혔을 때라 최현의 기사는 SNS 등에서 수많은 질타를 받으며 사이버 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그가 쓴 기사의 끝 부분은 이렇다.


"한국사회는 최근 들어 잔혹한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사형수에 대해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긴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연쇄살인범에이나 존속살인 등의 범죄에 희생된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유발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지만 그로 인해 무고한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무고한 사람이 사형을 당했다가 진범이 잡힌 사례는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에서 1950년도에 존 크리스티라는 남자가 자신의 부인과 아들을 죽였다고 주장했던 존 에반스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결국 사형대에 올라 죽고 만다. 그러나 3년 뒤 진범이 잡혔는데 그건 바로 피해자의 남편인 존 크리스티였다. 이로 인해 영국은 사형제도를 철폐했다. 문제는 법은 완벽하다고 하더라도 그걸 결정하고 집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는 사형제도가 존속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범죄행위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 99%의 극악한 범죄자를 사형에 처하는 정당함으로 인해 1%의 무고한 사람도 같이 죽어야 하는지 논의해봐야 할 일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연쇄살인범이 있다 하더라도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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