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고 공기 좋은 지역
손에 쥔 감은 누군가가 맛있게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었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는 모두 지형이 있고 지세가 있다. 경상남도 하동에는 신라시대에 소다 사현(小多沙縣)이었으며 악양의 ‘악(岳)’은 ‘작다’라는 뜻이므로 소다사(小多沙)의 ‘소(小)’에 해당하고, 볕을 뜻하는 양(陽)은 ‘따사롭다’에서 접미사 ‘롭다’를 뺀 ‘다사’가 되므로 악양은 곧 ‘소다사’를 한자로 표기한 지역이 있다.
악양이라는 지역에서 자라는 감은 대봉감으로 무척이나 맛이 달고 좋다. 악양면은 북쪽으로 지리산 삼신봉에서 뻗어 나온 거사봉을 등지고, 동쪽 지맥인 칠성봉·구재봉과 서쪽 지맥이 악양면을 좌우로 에워싸며, 가운데에 토질이 비옥한 분지가 만들어져 있다.
하동의 대봉감은 보통 11월 초부터 익어가는데 늦게 익은 감들은 12월 초까지 감나무에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동의 악양면을 한눈에 보기 위해 올라가면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악양면 서북쪽에서 흘러들어 동남쪽으로 빠져나가고, 그 너머로는 매봉이 솟아 있다.
악양면은 여러 번 와봤는데 매번 새로운 모습들이 보인다. 하동 악양면의 행정구역은 정서리·미점리·축지리·신대리·신성리·신흥리·중대리·등촌리·매계리·정동리·입석리·봉대리·평사리·동매리 등 14 개리가 있다.
하동 악양면에도 독특해 보이는 취간림이 조성되어 있다. 취간림은 고려말 한유한 선생이 이곳에 낙향하여 안착하여 서당을 열고 후학 양성에 정진하였다고 하는데 후대에 그를 기리는 모한정을 건립하려고 하였고 1931년에 모한정을 건립하고 취간정으로 바꾸었으나 현재는 취간정은 없어지고 숲만 번창하여 취간림으로 불리고 있다.
취간림은 취간정에서 유래하였는데 한자로 보면 물총새 취(翠), 산골 물 간(澗), 수풀 림(林)으로 ‘물가에 물총새가 지저귀는 숲’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그만큼 맑고 깨끗하여 붙인 이름으로 생각되고 있다.
고려시대 이곳으로 내려온 한유한은 고려 인종 때 벼슬살이를 하다가 이자겸(李資謙)의 횡포가 심하여 장차 변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가족들과 함께 악양에서 숨어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산으로 올라가서 보면 악양면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형국의 악양면은 나이 들고 내려오면 살기가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 취간림이 보이는데 취간림같은 숲을 수구막이라고 한다. 수구막이는 마을에 나쁜 기운이 못 들어오게 막거나, 마을의 좋은 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돌이나 숲을 의미한다.
겨울 초입에 들어섰는데도 아직도 꽃이 만개해 있다. 꽃을 보면서 지리산 숲 그늘에서 일렁이는 바람 따라 뒤를 따라다니는 새들의 지저귐도 들어가며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지리산을 올라가 본다.
날이 쾌청하게 맑은 날이 아니라서 멀리 흘러가는 섬진강이 잘 보이지 않지만 맑은 날에는 저 멀리 흘러가는 섬진강이 잘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산행은 회남(回南) 재를 들려 근처에 있는 주산으로 산행을 하고 "회남재"를 넘어가다 지리산 끝자락의 "깃대봉(해발 981m)"으로 갈 수 있다.
악양면을 잘 볼 수 있는 곳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다시 한번 취간림을 둘러본다. 사람들은 특별한 날들만, 특별한 일들만, 특별한 물건들만을 모아 인생을 채우면서 살고 싶어 한다. 대수롭지 않은 하루하루일 수도 있지만 그런 날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악양면의 하루가 또 그렇게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