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패턴

섬진강에서 남해까지 프랙털

일정한 규칙이 보이지 않는 해안선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디까지 이어진 것인지 모를 때가 있다. 서로 다른 척도에서 구별할 수 없는 배열의 성질을 프랙털(Fractal)이라고 한다. 자연의 패턴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 중에 하나로 프랙털은 자연의 구조라고도 불러왔다. 어떤 한 지역을 여러 번 여행하다 보면 지역의 색깔을 가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역에 따라 자생하는 나무가 다르기도 하지만 자연의 고유한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무 알고리듬이라고 있는데 이는 같은 종류의 구조를 훨씬 더 작은 척도에서 반복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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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이라는 지역의 패턴을 생각하면 섬진강, 지리산, 모래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풍광이다. 하동을 비롯하여 여러 지역에 생명을 부여하는 섬진강의 연결망은 침식과 퇴적의 복잡한 과정으로 형성되며 그 형태가 다양하다. 최적의 연결망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흐르는 물의 에너지를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속도로 흩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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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해볼 수 있는 하동은 발원하여 빠르게 흘려내려오는 물이 흐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천천히 흘러가기에 조용하다. 유속이 느리면, 하동의 섬진강과 같이 물길의 경사가 완만하면, 흐름은 어느 정도 곧은 경로를 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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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데 백사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공간이 만들어진 곳은 많지가 않다. 재첩으로 유명한 섬진강의 강변에는 넓은 백사장이 악양의 최참판댁의 위에서부터 저 아래까지 이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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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최참판댁이 자리한 악양의 뒤쪽으로 올라가면 지리산을 만날 수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지리산의 공기는 다른 곳과 다르다. 대기는 항상 끊임없이 흐르고 변화한다. 공기는 항상 어딘가로 움직인다. 바람이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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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모두 끝난 하동의 악양 들판은 조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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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어떤 방법으로든 바다에 도달한다. 거기에는 자신만의 불변의 논리가 있어서 아름답다. 고대의 철학자들은 세계를 신이 간단한 수학 법칙에 따라 만든 근본적으로 기하학적인 세계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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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어떤 과정을 거치든 잠시 멈추어서 든 간에 바다에 도착한다. 섬진강의 강물은 하동의 남쪽 끝단에서 바다로 나아간다. 하동이라는 여행지는 섬진강과 지리산, 모래가 만들어놓은 자연의 산물이다. 자연은 틀림없이 세상에서 가장 긴 실을 써서 그 패턴을 짠다. 하동은 어떤 색깔의 실로 짜서 만들어 놓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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