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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8. 2015

영화 팬

아이들의 세상은 어른과 다르다. 

피터팬이라는 동화를 안 읽어본 사람은 드물다. 하늘을 날며 자라지 않는 장난꾸러기이며 잃어버린 아이들을 모아 해적을 상대하는 상상 속의 캐릭터다. 스코틀랜드 소설가인 J.M. 배리가 쓴 소설의 주인공이며 형의 모습으로 살고 싶었던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팬은 피터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피터팬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갈고리 손의 후쿠선장 대신 그보다 다 강력했던 악당 '검은 수염'이 등장한다. 전쟁은 많은 고아를 양산한다. 남자들은 전쟁에서 죽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런던 공습은 악몽 그 자체였다고 한다. 갓난아기일 때 고아원에 버려져 자란 피터는 노동력이 필요한 검은 수염 일당들에게 잡혀간다. 그곳에는 영원한 젊음을 얻기 위한 픽슘을 캐기 위한 아이들이 가득하다. 


색채의 향연


지금까지의 피터팬을 다룬 영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배경으로 그려진 적은 없었다. 마치 아바타의 피터팬 버전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든 조 라이트 감독은 "우리는 <팬(PAN)>에서 아이나 어른 모두가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관객들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네버랜드 만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네버랜드가 가상의 세계이기에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떠 있는 거대한 섬으로 그려낸다. 마치 우주로 갔다가 차원 이동하는 것처럼 네버랜드로 갈 수 있다. 


조금 다른 캐릭터들


지금까지 피터팬은 장난기 많지만 두려움이란 모르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팬에서는 생각만큼 용기 있지도 않고 리더십이 강한 인물도 아니다. 오히려 후크가 주인공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릴 때 잡혀와서 성인이 될 때까지 광산에서 일했던 후크는 누구도 믿지 않는 회의적인 캐릭터다. 네버랜드 족의 공주인 타이거 릴리도 전사 같은 면모를 보이다가도 후크의 능글맞음을 은근히 좋아한다. 


팬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라면 악당인 검은 수염이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기 이를데가 없는 인물이지만 노래를 좋아하며 때론 코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폭력적이지만 재미있는 악당이며 일꾼들이 힘들어할까 봐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를 차용한 노래로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작가인 제임스 베리는 형을 위해 혹은 형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새로운 세상인 네버랜드를 창조하고 자신이 피터팬이 되어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며 글을 썼다. 그가 살았던 시기는 산업혁명 이후로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사회적 모순이 커지기 시작할 때이다. 빈곤한 사람들이 넘쳐났으며 최초라고도 볼 수 있는 연쇄살인범들이 등장하고 범죄가 판을 치는 사회였다. 어른이지만 어린이의 정신상태를 가졌다는 '피터팬 증후군'은 현실도피적인 정신상태를 말하기도 하지만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꿈의 나라로 가고 싶어 하는 그런 영원한 우리의 꿈은 아닐까? 


검은 수염은 피터를 이용해 픽슘이 넘처나는 요정나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엄청나게 만든 요정나라의 길목은 픽슘 광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픽슘이 넘처난다. 피터팬은 순수한 동심을 상징한다. 누구도 핍박받지 않으며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 노동이 필요하다면 같이 일하는 사회다. 


영상도 아름답고 날아다니는 배로 싸우는 배틀쉽도 볼만하긴 하나 중간은 좀 지루한 것 같다. 그리고 피터팬이 너무 늦게 나는 법을 깨달았다는 게 무척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후크는 처음에는 피터팬과 같이 검은 수염에 맞서는 인물이었으나 속편에서는 철천지 원수로 갈라질  듯하다. 

                                                     

타이거 릴리는 피터에게 이렇게 말한다. "피터, 네가 믿지 못한다면 아무도 믿지 못할 거야"

자신의 가장 힘이 되는 친구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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