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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7. 2018

서민음식

대전의 잔치국수

장수를 상징하면서 저렴해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보통 전통 시장을 가면 그 음식을 하는 곳이 한 곳 이상이 있는데 그 음식은 잔치국수다. 옛날에는 결혼식을 해야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먹기가 힘든 음식이었으나 지금은 결혼식장에서 저 구석으로 밀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서민 음식으로 잔치국수만 한 것도 없다. 오래간만에 자주 가던 전통시장의 잔치국수 한 그릇 하려고 들려보았다. 

원래 시장의 안쪽에 있었으나 건너편으로 이사 가서 깨끗한 인테리어로 다시 돌아온 잔치 국숫집이다. 인테리어가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 집에서 먹던 맛이 더 좋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국수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에서 많이 접하는 서민음식으로 선조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베트남의 쌀국수는 국가를 대표하는 음식이며 라멘은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지만 우리네 잔치국수는 그냥 서민음식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약간은 아쉽다. 

이곳의 김치는 형태가 확실하게 잡힌 배추김치가 아니라 무언가 이것저것을 넣은 것 같은 김치인데 잔치국수와 궁합이 꽤나 잘 어울려 보인다. 국수를 먹을 때 이 김치를 얹어서 먹으면 궁합이 참 좋다. 

멸치육수로 만들어낸 국물 맛은 시원하다. 최근에 사 온 죽방멸치로 육수를 우려내면 어떤 맛일까. 죽방멸치로 육수를 우려내고 국수 면발로 유명한 예산의 국수를 삶아서 넣으면 그 맛이 상상된다. 멸치육수라고 할지라도 너무 담백한 것이 심심할까 봐 양념과 파, 김가루가 얹어져서 나온다. 

이 잔치국수의 면발은 소면이다. 중면을 사용하는 곳도 간혹 있지만 육수가 배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소면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젓가락 한 젓가락을 하면서 먹고 나서 그릇을 들고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아~ 국수의 매력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혼례식에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가장 서민적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오늘 점심으로 해결했다.  잘게 끊어지는 소면의 보드라움과 국물의 시원함을 느끼며 어제의 속을 풀어줘 본다. 

국수 한 그릇을 하고 도마시장을 둘러본다. 도마시장 앞에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있으며 주민지원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있는 저 볏짚들이 무엇인지 살짝 궁금하다. 

국수 프랜차이즈도 등장하고 있지만 잔치국수는 어디까지나 서민음식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그릇에 3,000원에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풍족해지는 느낌이다. 동네분들이 대부분의 단골이 잔치 국숫집에서 한 그릇을 먹고 겨울의 추위를 견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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