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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0. 2015

베테랑 천만 넘은 이유

공정하지 않은 한국

개인적으로 베테랑은 볼만한 영화이긴 하나 천만명이 넘는 관객이 들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구성이 짜임새 있지 않고 전세대를 아우를 정도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천만이 넘는 이유가 씁쓸하다. 한국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데에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받으러 갔다가 수준 이하의 대접을 받고 나서 개처럼 돈을 받는 현실이나 뜨기 위해서 자신을 상품처럼 파는 여자나 정관계 유착은 이 사회의 없어지지 않는 고름처럼 그려진다. 


나는 재벌입니다. 


재벌 3세가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재벌 3세의 미국 국적의 취득 비율이 무려 50%에 가깝다고 하니 그들은 피부색만 한국사람이지 정신은 그냥 외국사람일 뿐이다.  후진국일수록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엄청 많다. 그러나 선진국은 이야기가 다르다. 돈이 있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특히 금전만능주의가 이 땅에 자리 잡고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람을 돈으로 사고 상식으로 행동할 수 없는 일을 해도 그게 상식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재벌을 욕하면서도 그들 탓만을 할 수 없는 것은 그 자신도 돈이라면... 그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벌들은 그 약점을 너무나 잘 안다. 



여자는 재벌에게 소모품? 


재벌에게 여자는 소모품일 뿐이다. 인간답게?라는 말은 그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화려한 생활을 꿈꾸는 여자는 재벌들에게 좋은 대상이 된다. 그런 성향의 여자가 식상해진다던가 써먹을 만큼 써먹으면 그들은 대체될 수 있는 소모품처럼 인식한다. 겉으로는 이미지 좋은 척 하지만 그들만이 사는 세상에서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개념이 다르다. 



서도철 같은 경찰은 없다.


검찰에서 기소 자체를 하지 않은데다가 전 경찰청장이 고문으로 있는 대기업에 서도철은 그냥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수사하고 무조건 뛰어다니며 정의감에 넘쳐나는 서도철 같은 사람은 경찰 중에 거의 없다. 비현실적인 경찰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가장 에러라면 에러다. 게다가 윗선의 압박을 받으며 포기를 종용하던 경찰서장과 팀장 역시 갑자기 의리감에 불타서 서도철을 밀어주기 시작한다. 재벌들의 어두운 이면 중 극히 일부만 언론에 노출될 뿐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의 대부분은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다. 그걸 수사하는 형사들도 거의 없다. 고검장, 부장판사로 일했던 사람들이 대기업 고문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마당에 무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꼬봉


대기업의 후계자들은 모두 꼬봉을 데리고 다닌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그들이기에 지저분한 일을 처리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콩고물을 좀 많이 받아먹는 반면에 그들에게 사생활은 없다.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람들도 이들이다. 흔히 상무로 불리는 이들은 재벌들의 어두운 이면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반면에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발설하지 않는다. 



이런 영화를  천삼백만이나 보게 되는 현실


모든 세대를 아우를 정도로 대중적인 영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보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불공평하고 팍팍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TV에서 혹은 언론에서 불안한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신뢰도는 OECD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조희팔 다단계 사건 때도 수많은 경찰이 그들의 돈을 받고 묵인해주었다. 이런 현실 속에 돈과 상관없이 민중을 위해 움직이는 서도철 같은 경찰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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