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잡한 캐릭터 열전
같은 감독의 작품인 더 테러 라이브는 나쁘지 않게 본 기억이 있으나 이번에 개봉했던 PMC더 벙커는 설득력도 떨어지면서 그 의미도 없는 작품이라고 평할만했다. 새로운 시도로 마치 게임처럼 보이지만 시도만 있었지 재미는 놓쳐버린 느낌이었다. CIA가 해외의 작전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게다가 법을 초월하면서 하기 위해서 알려지지 않은 팀을 운영한다는 것은 비공식적으로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영화에서 CIA의 비밀작전을 하기 위해 운영되는 동양인이 포함된 암살팀이 '킹'을 납치해서 정국을 돌파하려고 한다. 이때까지는 뭐 그냥 나쁘지는 않았다. 그런데 납치를 하고 나서 각자 서바이벌하는 과정이 억지에 가까웠다.
북한의사인 윤지의와 에이헵, 그리고 PMC의 대원들과의 이상한 불화와 이해관계가 마치 비빔밥처럼 막 섞이기 시작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이들은 무엇을 위해 서로를 공격하고 서로를 불신하는지 명확한 구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에이헵은 전설적인 특전사 출신으로 그려지는데 자신이 살기 위해 킹을 살리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무척이나 긴박한 상황처럼 보이는데 긴박해 보이지 않고 의리 있어 보이지만 의리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팀원들 간의 갈등이 묘하게 얽혀서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영화를 보다 보면 에이햅이라는 캐릭터가 전형적이 이기적인 악인처럼 보이는데 그 속에 이타적인 캐릭터를 부각하려고 한다.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사용되면서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도 한몫을 했다. 언어는 그 국가의 문화적인 소양을 반영한다. 하정우가 영어로 대사를 할 수 있을 만큼 문화적인 소양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6년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리더 하정우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기적이면서 우유부단하고 허술했다. 그냥 치사한 사람들이 모인 팀이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정도 수준에서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