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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5. 2019

첫인상

상주 임란북천전적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안동을 탐하는 여행을 시작하였는데 그 중간에 인상적인 역사의 공간을 만나게 되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냥 이정표로만 보아오던 상주에는 임란북천전적지라는 곳이 성지로 보존돼 오고 있었다. 1592년 4월 13일 일본군이 부산에 상륙한 후 제약 없이 북상할 때 순변사로 임명된 이 일이 상주에 진격해오기 하루 전인 4월 23일 상주읍성에 도착한 후 인솔해간 중앙군과 상주 의병 800여 명 등 900여 명이 일본군 제1군 17,000여 명과 싸우다 순절한 호국성지이다.

필자에게 상주의 첫인상은 바로 이곳 임란 북천 전적지나 다름이 없었다. 우연하게 지나쳐가는 길목에서 상당히 큰 규모의 객사인 상산관을 만날 수 있었다. 상주 객사 건물인 상산관(商山館)을 1992년 6월 28일 이곳으로 이전해왔으며, 2층 누각 태평루 또한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 일은 자신의 바로 앞의 미래를 몰랐을까. 임진년(1592년) 봄은 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으로 신립과 이일을 변방으로 파견하여 순시토록 하였다. 이 일은 충청, 전라도로 가고 신립은 경기도와 황해도를 순시하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 그들은 돌아왔지만 지역에 방어나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립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곳에는 북천 전투에서 일본군과 싸우다가 순국한 3충신(종사관 윤섬 · 박호 · 이경류)과 2의사(의병장 김준신 · 김일)의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충신의사단비(忠臣義士壇碑)’ 복제본과 상주목 판관으로 재직 중에 순국한 권길의 충절을 새겨 둔 ‘판관 권길 사의비(判官權吉死義碑)’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이곳을 방어하기 위해 온 이일은 전쟁에 패한 후 이런 기록을 남긴다.

"상주가 적의 수중에 들어가고, 순변사 이일은 충주로 도망쳤다." 

이일이 패했다는 소식이 조정에 전해지자 도성 안 인심은 흉흉해졌다. 조정에서도 천도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우리 군사가 상주에서 패하고 후퇴할 무렵, 통영관 경웅순이 사로잡히는 몸이 되었다. 그러자 적장 고니시 유기나가는 히데요시의 글과 예조에 보내는 글을 그에게 주면서 이덕형을 충주로 보내라고 한다. 

임란 북천 전적비문


"영남의 큰 고을 상주 자산성(子山城) 아래 증연(甑淵) 일대의 북천(北川) 이곳은 선조 임진 4월 25일 순변사 이일 및 그 부하 중앙군 육십여 명과 급히 모집한 향병 이졸 등 팔백여 명이 침략자 왜군의 선봉 일만칠천여 명으로부터 급습을 받아 분연히 싸워 순국하여 민족정기를 드높인 옛 싸움터이다. 상주 북천은 조선의 중앙군과 왜적이 최초로 접전한 곳이라는 점에서 임진 전사상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임란의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임란 북천 전적지는 1988년 9월 23일 경상북도 기념물 제77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나마 전투라고 판단해볼 수 있는 전투가 벌어졌지만 완전하게 패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패한 이일은 충주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패하게 된다. 당시 장수들은 서울을 떠나 남쪽으로 향하다 적을 맞아 도망가거나 싸움에서 죽어 임금에게 가지도 못했다. 그런 터에 이일이 도착했는데 패장이지만 장수가 없던터라 유성룡이 매우 반가워했다고 한다. 

상주는 임진왜란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상도에서 상당히 중요한 행정중심지였다. 임진왜란 때의 치열한 분투를 인정받아 임금으로부터 지역 전체가 은혜를 입는 유일한 지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일에게도 할 말은 있다. 이일은 임금으로부터 순변사 임명장만 수령했을 뿐 휘하에 군사들을 배치받지는 못한 상태에서 그는 60명에 지나지 않는 장졸만을  데리고 한양을 떠나 4월 23일 상주에 도착했던 것이다.  몇 백 명의 농민들을 모아놓고 근 2만 명의 적의 진격로를 가로막는다는 사실 자체가 어리석은 일도 사실이다. 상주는 첫 육전에서 패전하고 나서 임란이 종결되고 나서 경상도의 중심지로서의 자격을 잃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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