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향기-이호신 초대전
모든 사람에게 독특한 냄새가 있듯이 지역마다의 색깔이 있는 향기가 있다. 지리산을 품고 있는 하동의 향기는 어떤 느낌일까. 병풍 같은 지리산의 산맥과 그 밑에 있던 남해와 인접해 있는 경상남도의 하동 모든 것이 그곳에 섰을 때만, 그리고 그 공기를 들이켤 때에만 공감이 갈지도 모르지만 그 향기의 잔향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하동을 대표할만한 미술관이 많지가 않아서 주로 전시는 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에서 열리게 된다. 지난 13일부터 3월 31일까지 아트갤러리에서는 하동의 향기라는 주제로 이호신 초대전이 열리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이호신이라는 화가는 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생태를 탐사하며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며 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을 담은 모습을 한국 수묵화의 진경(眞景) 정신을 기반으로 그려 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가람 진경산수화'를 창조하였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화사하면서도 멋진 풍광을 가지고 있는 하동은 탐구해야 될 대상이며 자주 오며 그림을 그렸던 곳으로 향기를 그림에 담아냈다고 한다. 2009년에는 전국의 아름다운 마을 50여 곳의 그림으로 '우리 마을 그림 순례'라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개인전으로 하동만을 담았다.
종종 여행 후에 기억에 남는 곳은 지도에서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지도에서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그 흔적이 어디인지 찾기 위해 기억을 더듬는다. 그렇지만 그 향기만큼은 뇌리 속에 남아 있다. 몸이 기억하는 것이다.
하동을 그렸으면서도 글을 덧칠해서 표현하니 조금 더 이해가 빠르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기에 마치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다가온다. 하동 하면 보통 산만을 생각하지만 하동의 남쪽으로 가면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곳이다.
산과 바다라는 대조적인 두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섬진강이 유려하게 흐르며 아름다움이 화폭에 그려지는데 이번 초대전에는 ‘화개장터’, ‘하동 섬진강’, ‘화개의 봄’ 등 오랜 세월 하동의 자연과 사람을 화폭에 담아온 이호신 화백의 작품 60점과 화첩 18점을 만나볼 수 있다.
하동의 국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인적 하나 없는 길을 만날 때도 있다. 가는 중에 만난 하동의 들꽃 한송이, 폭포와 둘레길에서 만나는 하동 문화의 향기를 만날 수 있다. 여러 모습의 지리와 더불어 산과 바다, 그리고 평사리의 평원 등 놓치고 싶지 않은 아름다운 것들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다.
하동의 녹차의 고장이며 문학의 고장이기도 하다. 하동이 박경리 작가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것은 바로 사람들의 삶이 소설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는 십리벚꽃길을 찾는 사람이 이제 늘어나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
전시관은 아트갤러리와 아트갤러리의 맞은편에 있는 공간에서 나누어서 전시가 되어 있었다.
3월이 되면 열리는 매화축제에 앞서 하동 섬진강 가에도 다음 달 중순 매화 축제를 앞두고 벌써부터 봄기운이 완연한 것이 중부지방과 다른 기운이 돌고 있다.
"그들은 '나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그 경이로움에 오히려 반감이 가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미래에도 그들의 세계는 우람한 걸음을 계속하리라는 사실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 존 스타인 백
단지 그림을 보고 있을 뿐인데 깊고 울창한 숲과 마치 그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작은 한걸음 한걸음은 얼마 전 하동의 숲을 거니는 듯한 기시감을 가져다주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또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다는 진리에 가까운 사실이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대적 시간들이 원하는 방향에서 잘 맞추어 돌아주길 바라면서 하동의 향기가 잘 전달되길 바래본다. 문득 하동의 쌍계사에서 한 스님이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고민이 없을 때는 종교가 필요 없으니 찾아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곳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라면 오히려 반겨야 할 일이 아닌가요."
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
2019년 2월 13일 ~ 3월 31일
이호신 초대전 (무료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