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4 흑성탈출 반격의 서막

이일대로(以逸待勞) 쉬다가 피로에 지친 적과 싸우다

판을 뒤집기 위해 전쟁준비를 철저히 한 군대가 유리한 지형을 기반으로 승리를 거둔 역사의 기록들을 찾아보면 셀 수 없이 많다. 그 수가 적지 않은 적을 상대로 이기기 위해서 힘이 약할 때는 기다리며 힘이 대등해지면 상대방을 관망하고 방어를 철저히 하면서 적의 힘을 뺀 후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어야 한다는 것은 전략의 기본이다.


이 방책의 핵심은 적의 힘을 빼는 것에도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른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수는 적지만 강력한 대응력을 가진 군대는 상황을 파악하여 수비 진영을 구축한다. 이후 적의 군대를 기다리면서 이동하는 전장마다의 이점을 가져간다.


혹성탈출은 두 번에 걸쳐서 리부트 되었다. 초기에 만들어진 흑성탈출 오리지널 버전에서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 혹성탈출과 최근에 다시 제작되는 리부트 혹성탈출이다. 흑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윌 로드만이라는 과학자는 ‘ALZ-112'라는 약물을 개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보다 지능이 우월하게 된 유인원이 만들어지게 된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ALT-112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진화하여 인간의 숫자를 현저히 줄어들게 만들었다. 유인원만 면역력을 가지고 인간의 대부분은 면역력을 가지지 못한 채 지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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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의 서막에서 유인원이 점령하는 지역은 있었지만 지구를 지배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유리한 지형을 점령하던 시저의 군대는 그들의 잠재적인 적 인간을 피로하게 만들기 위한 계책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인간들은 시미안 플루라는 바이러스가 퍼져 그 수가 줄어 들었고 기세는 꺾이게 되었다. 유인원을 이끄는 시저는 병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유인원 시저와 인간 말콤은 인간과 유인원의 공존을 모색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아슬아슬한 평화는 깨지기 쉬운 유리 같은 것이었다. 탈출 이전에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던 코바는 유리한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뛰쳐나와 인간을 공격할 수 있도록 함정을 파기 시작한다.


고사에서 등장하는 이일대로 전략 중 대표적인 사례는 정군산에서 맹장 황충과 법정이 구사한 전략으로 전장을 미리 선점한 법정은 곳곳에 막사를 지어 놓고 군사를 편히 쉬게 했다. 하후연이 이끌고 온 군대와 전투가 벌어지자 법정은 적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피로해진 하후연의 군대는 허둥지둥 격전을 벌이게 되면서 제대로 된 전투를 하지 못하고 결국 하후연은 황충의 칼날에 목을 베이게 된다.


다른 사례로 전국시대 말기에 진나라 장군인 왕전이 초나라의 향연을 물리친 사례다. 진시황의 장군이었던 왕전은 60만 대군을 이끌고 중산에서 초나라의 항연과 만나게 된다. 왕전의 대군은 전장에 도착했지만 초나라를 공격하지 않고 도랑을 파고 방어벽을 만드는 둥 방어준비에만 열중한다. 초나라의 항연의 도발에 철저하게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초나라 군사가 지치고 사기가 떨어졌을 때 공격하여 손쉽게 항연을 죽이고 초왕까지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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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지킨 유인원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시저에게 있었다. 인간과 유인원사이의 갈등과 앞으로의 미래와 역사를 고민하는 캐릭터 시저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진화했다는 인간조차 그가 내세운 유인원 종족의 제1원칙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구호처럼 행동하지 못했다.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동물은 바로 인간이다.


리부트의 마지막 완결 편이 될 3편에서는 거대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인간끼리의 싸움이 아닌 그저 그런 익숙한 저급한 존재인 유인원들조차 인간 없는 지구를 만들 수 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진화한 유인원이 말(言)을 하고 말(馬)을 타고 다닌다. 그들은 10년 동안 수렵생활뿐만이 아니라 거대 조직의 구성단계를 넘어 인간과 유사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냈다. 인간 없는 지구라는 섬뜩한 메시지를 던진 그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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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이일대로 전략을 구사한 대표적 사례는 607년 수양제의 지휘 아래 무려 113만 3,800명이 출병하여 40일 만에 고구려의 1차 방아선 요하에 당도한다. 고구려군은 수나라군의 도하를 막으려고 했지만 중과부적으로 밀려 2차 방어선인 요동성으로 퇴각하여 거점 방어를 하게 된다. 요동성문을 굳게 닫고 수나라군이 피로에 지칠 때까지 기다리다 공격하는 식으로 90일 동안 요동성을 사수한다. 보급품의 문제와 사기저하로 문제가 발생하자 경로를 우회해 수양제는 30만 5천 명의 별동부대를 평양성으로 바로 보낸다.


과도한 일정과 보급 라인이 보장되지 않아 생긴 무거운 군장 때문에 출정병은 서서히 지쳐갔다. 이때 을지문덕은 이들에게 명분을 준다. 항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수나라 대군은 철군을 결정한다. 마음 놓고 철군을 하려던 이들의 후미를 을지문덕이 지휘하는 고구려군이 공격한다. 30만 5천 명의 별동부대중 살아남은 숫자는 2,700명에 불과했다. 이 전투가 바로 살수대첩이다.


반격의 서막은 오랜 준비와 치밀한 계획하에 성공할 수 있다. 혹성탈출에서의 시저, 진나라의 왕전, 정군산의 황충, 살수대첩의 을지문덕 모두 반격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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