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8
CCTV를 피해돌아다니는 것도 진절머리 날 정도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교통수단에도 모두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살피면서 돌아다닌다고 해도 모두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외진 곳에 모텔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의심을 사게 된다. 현실적으로 이 교착상황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만약 그들의 비밀을 안다 치더라도 어떤 수로 세상에 알리겠는가. 그리고 이 찝찝하고 불안한 느낌은 뭘까.
5개월쯤 전인가. '패턴 인식 기술, 스마트한 세상이 열다.'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었는데 한국의 안면인식과 동선 분석을 빅데이터와 결합하여 추적하는 시스템이 상당한 수준에 와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정보에 대한 법의 제약 때문에 아직 한국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미국 연방 수사기관인 FBI가 활용하고 있는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한 추적기술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전문가의 비공식 소견도 들은바 있다.
이른 시간인 7시 흰옷을 입은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냉각기가 설치되어 있는 통로를 지나 빠르게 걷고 있었다. 통로를 지나 움직이던 남자는 한 연구실의 문을 두드렸다.
"예 들어오세요." 문서를 빠르게 넘겨보던 60대의 흰 백발의 남자는 들어오는 남자를 쳐다보며 손짓으로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호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강호 연구원. 비공식 채널로 연락이 왔는데 우리 이번에 들어온 엑사플롭스(Exa flops)급 슈퍼컴퓨터를 쓴다는 팀이 온다니까. 준비해줘."
"예? 그거 아직 시운전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는데요. 이제 냉각 시스템이 구축되어서 저희 연구에 사용해보지도 못했데요."
"다른 말하지 말고 그냥 준비해줘. 그리고 그곳에는 다른 연구원도 접근 금지시키고."
"얼마나 숨길 것이 많아서.."
"쓸데없이 관심 가지지 말고. 3시간인가? 있다 도착한다니까 빨리 준비시켜."
1초에 1000의 6승까지 계산이 가능한다는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았다. 기초연구를 위한 예산에서 일부를 유용하여 들어온 것으로 HERA라는 명칭이 붙은 이 슈퍼컴퓨터는 무려 320억의 예산을 들여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다. 이 슈퍼컴으로 인해 한국은 최초로 전 세계 Top 50안에 들어가는 슈퍼컴퓨터 한대를 보유하게 된다.
3시간 뒤 10여 명의 일행이 연구소 안으로 들어왔다. 비워져 있는 룸에 여러 장비를 채워 넣기 시작한 그들은 슈퍼컴퓨터와 광케이블로 연결하여 세팅을 빠르게 하기 시작했다. 150인치의 거대한 UHD 디스플레이 4대가 전국의 모든 CCTV의 영상을 검색하면서 입력된 최현의 얼굴 패턴을 찾아가면서 검색하기 시작했다. 빠르게 연산처리가 되는 HERA덕분에 1분 동안 등록되는 250만 개의 페이스북 '좋아요'와 올라가는 사진 15만 2,000건, 2억 5,000만 개의 이메일 검색, 340만 건의 유튜브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처리가 되고 있었다. CCTV에서 검색되지 않았던 정보들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뜨기 시작했다. 2015년 11월 이전에 등록되어 태그 된 사진이 230장, 관련 동영상이 36건,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간 사진 90장이 검색되었다. 뒤에 서서 지켜보던 남자는 컴퓨팅 작업을 하던 남자 뒤에 있다 책상 옆으로 다가왔다.
"최근 1주일간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체크해봐."
"예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찍혔던 곳이 어디였지?"
"사건 당일날 강동서와 아파트 그리고 당곡사거리 세븐일레븐의 현금지급기였습니다."
"그리고 아직 안나온건가?"
"예 이제 2일 지났으니까요. 그리고 그 여자친구라는 소윤이랑 동생 경희도 패턴에 집어넣었습니다. 팀장님 이 사진 좀 의심스러운데요."
"뭔데?"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에서 소윤이라는 여자와 비슷한 얼굴이 눈에 뜨이는데요."
"그래? 그게 어딘데."
"소윤이란 여자가 근무한다는 직장 근처의 사거리에 스타벅스 같은데요. 여기 2층에서 있던 여자가 인증샷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그 뒤편으로 보이는 여자가 소윤이 같습니다."
"누구랑 만나고 있는 거야?"
"여자 같은데요. 모자를 깊숙이 눌러써서 잘 보이지 않지만 경희 같습니다."
"둘이 만났다 이 거지. 그럼 최현 행방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네."
"그다음에는 어떻게 움직였어? 최현과 만난 흔적은 없고?"
"예 그다음에는 다시 회사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계속 찾아봐. 빠른 시간 안에 유의미한 결과를 찾아내."
"예 알겠습니다."
TV를 보는 것도 인터넷을 보는 것도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 친절하게 3D 콘텐츠로 만들어서 앞다투어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마치 살인자의 연대기를 그리듯이 과거 사건부터 시작해서 최근 일어난 사건까지 이어가며 최현이라는 사람의 모든 정보를 샅샅이 캐내서 알리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과도한 사적인 정보의 노출을 지적하기도 했으나 시청자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대중들의 권리가 공공연히 인정이 된 셈이다.
"소윤아 밥 안 먹고 무슨 생각해?"
"아니.. 뭐.. 식욕이 없네."
"그럼 계란 프라이라도 해줄까?"
"괜찮아. 그냥 회사일 때문에 좀 머리가 복잡하네."
"그때 프로젝트 잘 풀렸다고 하더니 잘 안된 거야?"
"아니야. 직원 한 명이 요즘 고민이 좀 있나 봐. 엄마가 걱정할 일은 아니야. 아빠는 어제 야근이었나 봐."
"응 오늘 8시에 교대하고 들어온다고 했어."
"아빠 일할 때는 연락도 마음대로 못해서 답답할 때도 있지?"
"교도관들이 일이 그렇지 뭐. 이제는 익숙해졌어. 그런데 그건 왜 물어?"
"그 사람이 어디서 뭘 하는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면... 아니야."
"왜 남자친구 이야기야?"
"아니 그 직원 이야기야. 아무튼 나 회사 갈게."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데 음악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오빠를 찾는다 하더라도 일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냉정해져야 한다. 차에 탄 소윤이는 자주 듣는 샤니 디루카의 우아한 왈츠 10번을 틀었다. 맑은 느낌에 리드미컬하면서 화려한 멜로디가 차 안의 구석구석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서정적이면서 아름다운 연주곡을 들으며 이 여자 참 섬세하다는 생각을 한다. 섬세하다.. 섬세.. 디테일.. 디테일한 무엇을 놓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