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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3. 2019

용의 날개

문경 용추계곡과 쌍용계곡

추락하는 용에게는 날개가 있을까. 동양적인 관점에서 보면 용은 날개가 없어도 하늘로 승천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적인 관점에서 보면 날기 위해서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 서양 판타지 영화에서 표현된 용은 그 몸을 충분히 날게 할 수 있을 만큼 크다. 그렇지만 동양의 영화에서 표현되는 용은 날개가 있어도 날아가는데 별로 쓸모가 없을 정도로 작던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도리야마 야키라의 드래곤볼에서 등장하는 용을 보면 발은 있어도 날개는 없다. 

문경에 수많은 계곡이 있지만 쌍용계곡과 용추계곡을 만들어내는 산은 도장산이다. 도장산(道藏山)은 경상북도 문경시와 상주시의 경계에 있는 높이 828m의 산으로 이중환의 '택리지'에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경치 좋고 사람 살기 그만인 복지가 있다'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안쪽으로 30여분을 걸어서 들어가면 있는 심원사는 두 명의 고승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용이 있었던 곳이기에 용과 관련된 전설이기도 하다. 658년(태종 무열왕 5)에 원효(元曉)가 창건하였으며, 창건 당시에는 도장암(道藏庵)이라고 하였다. 

절 부근 쌍룡 계곡의 용소(龍沼)에는 원효와 더불어 윤필거사(潤弼居士)가 이곳에 머물며 용왕의 아들을 가르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았다는 원효가 입적하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 1592년(선조 25)에 임진왜란으로 전소되었다. 이후 1605년 승병을 이끌고 참전을 한 사명대사(四溟大師)의 명을 받은 연일(然一)이 중창하였다고 한다. 

용이 하늘로 승천하면 그 지역에 용이 살고 있지 않기에 사람들은 용이 다시 이 땅에 떨어지는 것을 바랐던 모양이다. 전국에는 용이 떨어진 곳이라는 용추계곡이라는 지명이 참 많다. 

이곳 문경뿐만이 아니라 함양, 임실, 담양, 가평, 보성, 청송, 창원, 영암 등 필자도 알지 못하는 곳에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용추 (龍湫)는 거대한 용이 떨어질 만큼 에너지가 커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에 깊게 패어 있는 웅덩이를 의미한다. 

용추계곡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쌍용계곡이 나온다. 문경과 상주의 경계선에 있는 계곡이다. 음식점의 이름도 계곡과 걸맞게 늑천정이라고 명명해두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다져지고 다져져서 바위가 만들어졌지만 그 밀도나 구성성분이 다르기에 세월이 지나면 저렇게 울퉁불퉁하게 만들어진다. 그렇게 천천히 기암괴석이 되어간다. 

문경 팔경의 한 곳인 용추계곡 등 숲길 주변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걸으며 체험할 수 있다면 쌍용계곡은 이제 문경을 떠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잠시 머물러 보는 곳이기도 하고 들어오는 입구에서는 이제 문경을 만나겠구나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곳이다. 

훌륭한 요리사는 서로 다른 맛을 잘 섞어서 조화롭고 감미로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이때 각각의 맛들은 자신의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훌륭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서양철학은 사물의 본질을 중요시하지만 동양철학은 사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어느 것이 낫다고 말할 수 없지만 서로 닮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풍경은 흘러가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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