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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18. 2019

한결 같이 걷는 일

국내 최대 하천형 습지 화포천습지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이 흘러내려가는 곳에 가야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낙동강 배후 자연습지이자 국내 최대 규모라는 하천형 습지인 화포천습지는 지금 버드나무의 솜털 달린 씨앗이 하얀 눈꽃으로 내리는 봄을 지나 연둣빛 습지의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생태환경이 잘 조성된 습지는 사람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생명의 땅을 넘어서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 의미가 있다. 

생태가 자연스럽게 보전되고 살아 있는 곳은 언제 봐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다시 세상 속에서 지혜롭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힘이 자연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 된다. 

길이 3.5km, 면적 159만 1,200㎡에 이르는 화포천습지는 김해 대암산에서 발원하여 김해 진례면·진영읍·한림면을 거쳐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하천인 화포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지점까지 형성된 습지다. 이곳이 형성된 것은 무려 선사시대에까지 올라간다. 가장 오래되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생태계를 유지했지만 상류의 공단으로 인해 수질오염으로 인해 환경파괴가 심했던 것이 불과 10년도 안되었다. 

물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아래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물 위에 비친 수풀만이 자신의 존재를 아련하게 부각하고 있다. 이곳은 환경복원의 노력을 통해 생태공원으로, 3~4년의 조성기간을 거쳐 2012년 조성을 마무리하였다. 아직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복원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산업시설로 선사시대 이후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만년이 넘는 생태가 망가지는 것은 30여 년 정도에 불과했다. 

이곳은 크게 큰 기러기 뜰·노랑부리 저어새 뜰·노랑어리연꽃 뜰·창포 뜰·물억새 뜰의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인간은 한 종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식물 352종, 곤충 165종, 어류 15종, 양서류 9종, 파충류 7종, 조류 53종, 포유류 15종 등 합쳐 600종이 넘는다. 

한결 같이 걷는 일은 가도 가는 줄 모르고 앉아도 앉은 줄 모르며 몸과 마음이 같이 있는 것조차 느끼지 못해야 한다.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보통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자신을 알아달라는 몸짓이 무심결에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생태가 있는 곳에 오면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 

황금색의 물결이 넘실넘실 대는 것이 마치 시간을 뛰어넘어 가을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길이 8.4km, 전체 습지면적 2,995,000㎡에 이르는 공간을 모두 알지는 못한다. 주변을 걸어서 돌아다녀보니 상당히 넓은 곳이라는 것만 어림잡아 짐작할 뿐이다. 

이곳 세상에는 자비심이 가득하다. 해는 저물어 가고 있지만 내일도 뜨게 될 밝은 햇살, 생명을 키우는 땅과 습지, 맑은 바람, 모두 생명을 살리는 덕이고 자비심이다. 

한결 같이 걷는 일은 살아 있는 이상 멈추지 않겠지만 편한 것보다는 수련을 하는 삶이 인생을 더 살찌게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정신수련이나 육체 수련은 모두 같다. 습지생태를 보전하는 것은 단순하게 여행지를 잘 조성하고 데크길을 만들어서 인증숏을 찍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망가트리는 것은 빠르고 쉽지만 다시 살리는 것은 그것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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