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03-2

2015.11.20

소윤이가 차에 타자 한수희는 차량에 있는 커튼을 모두 내렸다. 한수희는 소윤의 두손을 잡았다. "언니 힘들었죠?" "예 언니라뇨?"

"현 오빠한테 들었는데 30살이면 저에게 언니예요."

"아 그런데 어떻게 잘 알아요? 솔직히 현 오빠는 살해 용의자로 쫓기는데 수희 씨 입장에서는 실만 있지 득은 하나도 없는 일이잖아요. 이렇게 도와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옛날에 저한테 큰 도움이 되었는데 지금 그 은혜를 갚는 거예요."

"그래서? 현 오빠 만나긴 했어요? 어때요?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던가요? 행색은 괜찮아요?"

"하나씩 이야기해요. 지금 30분 정도 시간 있으니까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요."

한수희는 커튼을 살짝 들어서 밖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촬영이 대부분 끝난 상태여서 촬영된 영상과 사진을 확인하고 콘셉트를 설정 중이라 촬영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는 일정에 없던 팬사인회를 하려고 했지만 한수희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자고 해서 사인회는 취소되었다. 밖에서는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사인회를 기다리며 학생들이 가지고 못하고 있었다.

"언니. 그러니까 어제 현 오빠가 드라마 촬영장에 찾아왔었어요."

"그런데 왜 한수희 씨에게 간 거죠? 저도 있는데 모르게 찾아오면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언니한테 가는 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대요. 주변 사람들이나 직장 주변에도 모두 지키는 사람이 있어서 접근조차 못했는데 다행해 저랑 관계는 아직 몰랐나 봐요."

"근데 한수희 씨랑 통화한 기록이 남았다면 한수희 씨도 의심했을 건데요."

"아 회사에서 일할 때 사용하는 폰이 있었는데요. 보통은 그걸로 통화를 했었거든요. 그리고 자주 통화도 못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거래요?"

"잠깐만요." 한수희는 자신의 가방을 찾아서 사진 두장과 복사본인듯한 쪽지를 하나 건네주었다. 사진 두 장에 등장하는 남자 두 명은 기억에 없는 사람이었다. 반면 쪽지의 내용은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현오빠의 아버지가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쪽지는 이 모든 일이 음모로 인해 비롯된 것이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비록 실체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만약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이 함정을 벗어날 방법은 거의 없어 보였다.

"이 사진 속 남자는 누구죠?"

"그 사진은 서해그룹 최치호 부회장이고요. 다른 사람은 이해진 경찰청장이래요."

소윤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서해그룹 최치호?... 간혹 그 계열사인 은행과 협업으로 상품을 개발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은 기업이다.

"아! 맞다. 이번에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계약해지해서 세 명인가? 자살한 편의점 사건의 배후에 최치호 부회장이 있다는 짜리 시가 돌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도 계열사 화장품 모델을 해서 한번 만나본 적이 있는데요. 정말 안하무인 그 자체였던 사람으로 기억해요."

"사실이라 치죠. 그런데 어떻게 증명할 거래요? 여기 거론되는 사람만 보더라도 쟁쟁한 사람들 인텐 데오. 잘은 모르겠지만 언론 쪽에도 끈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물어봤는데요. 아직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날도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사람을 만나러 갔다가 그렇게 된 거라 그 사람을 의심하고 있다고 했어요."

소윤이는 쪽지를 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현직 경찰 간부를 죽여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어야 하고 그 엄마나 지금 현오빠가 당면한 상황을 보면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도무지 해결할 실마리가 생각나지 않아서 그런지 극심한 가슴통이 갑자기 시작되었다. 역류성 식도염 때문인가? 가끔 신경을 많이 쓰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인해 침을 삼키키만 하더라도 칼로 에는듯한 가슴과 등의 통증이 같이 오기도 했다.

"언니 괜찮아요?" 소윤이는 왼손을 들어서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때 한수희의 스타크래프트 차량 안에 있는 TV에서 현 오빠의 기사가 나오고 있었다. 청계천의 특수한 칼을 파는 곳을 방문했던 현의 모습이 CCTV에 잡힌 것이었다. 11월 기획기사 취재 겸 범인들의 심리를 조사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그곳에서 현은 일명 회칼로 불리는 날카롭고 치명적인 살상력을 보일 것 같은 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무언가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얼핏 기억나는 것 같다. 1주일 전인가? 칼 도매상을 찾아갔다가 이모를 주려고 괜찮은 칼을 하나 사주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김지혁 기자. 그러니까. 용의자인 최현 씨가 범행 며칠 전에 그곳을 들러서 칼을 구입했다는 건가요?"

"예 살해할 때 사용했던 흉기가 이곳에서 구입한 것이 맞다고 합니다. 이곳 상점 주인의 말로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또렷이 기억한다고 합니다. 상점 주인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시쯤이었나? 손님이 별로 없어서 TV를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TV에서 나온 그 남자가 와서 칼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더라고요. 조금 이상했어요. 너무 자세한 것을 물어보니까요. 얼마나 고통을 받게 되느니 머 그런 것들을 물어봤습니다."

"그러니까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 범행도구를 선택하려고 사전답사를 했다고 볼 수도 있는 거네요."

"경찰 조사 결과로 해당 흉기와 몸에 난 자상 등과 비교할 때 확실하다고 합니다."

"잔혹한 일이군요. 자신을 키워준 그런 사람들을 살해하기 위해 준비된 범행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네요. 예 김수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란 사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용의자 사진을 공개합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이며 호감형입니다. 주변에서 보시면 경찰서로 신고해주시 바랍니다. 직통번호는 아래에 나오고 있습니다."


"언니 어떻게 해요? 저렇게까지 되면 빼도 받고 못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것도 조작이에요. 앞뒤 다 자르고 중간 부분에 팩트만 가지고 방송에 내보내는 거잖아요. 저렇게 방송하면 누구라도 범죄자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우선 1997년의 상황이 어땠는지 알아야겠어요."

"아 현 오빠가 절대 궁금해하지도 말고 파헤치지도 말라고 했어요. 정말 위험하다고요."

"제가 안 할 거예요. 아는 사람이 있어요. 그 사람에게 부탁하려고요. 아무튼 현오빠 믿어줘서 고마워요. 저 회사로 돌아가 봐야 될 것 같아요."

"잠깐만요." 한수희는 쪽지를 꺼내서 전화번호를 하나 적어준다.

"이거는 우리 부모님 하고 친한 사람 몇 명뿐이 모르는 전화번호니 까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 주세요."

"예 고마워요. 안 잊을게요."

소윤은 조심스럽게 차문을 열고 내려서 한수희를 기다리는 팬들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21 투데이의 김수진은 조용하게 그녀의 뒤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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