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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 (無極)

'집 위의 집, 상(床) 아래의 상'

무극이라는 한자는 음성의 한 지역인 무극과 같다. 송나라 때의 주돈이(周敦頤)가 〈태극도설 太極圖說〉에서 "무극이면서 태극이다"라는 학설을 통해 이것을 철학적 문제로 제기했던 것이다. 형태는 없지만 이치는 있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이언적(李彦迪)은 조한보(曺漢輔)와의 논쟁에서 조한보가 무극의 초월성을 강조하여 노장과 불교에 가까운 견해에 기울어진 데 비해 무극을 무성·무취(無臭)한 무한·무형상의 뜻으로 이해했다고 하는데 무극저수지를 돌면서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할까란 생각도 들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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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한계도 있지만 인구가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관광지 개발의 이슈가 생겨날 수 있다. 충청북도 음성군 음성읍 사정리 일대에 조성된 농업용수 공급 저수지인 무극저수지는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산책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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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저수지 시설은 한국농어촌공사 충북지역본부 음성지사에서 관리하며, 총 저수량 50만 톤 이상의 1종으로 관리되고 있다. 유역 면적은 1,315㏊, 홍수 면적은 49.45㏊, 만수 면적은 4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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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천천히 걸어서 돌아가 본다. 역시 걷는 것은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인 모양이다. 무극저수지의 물 유입은 동쪽은 부용산 남사면 사정이 고개에서 서쪽으로 물이 흘러 사정리를 거쳐 무극저수지로 유입되고, 남쪽은 보현산 동쪽의 기름 고개에서 북쪽으로 흐른 물이 감우리를 거쳐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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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걸어오다 보니 막 다른 길에 이르러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막 다른 길에 피어 있는 꽃이 아름다워 보인다. 음성읍 사정리 무극저수지, 금왕읍 육령리 금석 저수지, 금왕읍 백야리 용계저수지는 도수터널로 연결되어 있어 수면의 높이가 서로 같으며, 일명 음성군 삼 형제 저수지라고도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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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저수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부용산이라는 산이 있는데 그 방향으로 알려주는 데로 발길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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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저수지를 위한 시설이 조성이 되어 있다. 무극과 태극이 뜻은 같지만 2가지로 표현되었다고 하면서 무극의 무형상성·무궁성(無窮性)을 강조했듯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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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 생극면의 생동팔경(笙洞八景)의 하나로 ‘부용산의 비 개인 하늘에 뜬 달’, 곧 ‘부용제월(芙蓉薺月)’을 들고 있다고 하는데 다음에는 그곳을 찾아가 보고 싶다. 부용산은 조선환여승람(朝鮮寰輿勝覽) 등의 산천조에 나타나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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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이라는 지역은 수없이 와보곤 했지만 그 끝이 어디일까라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사람의 시간은 한계가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나 사람도 한정적이다. 아름다운 순백의 매화를 부용매라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빛과 향이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참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참 쉽지 않은 길이지만 계속 걸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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