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북신 전통시장의 맛
멸치 하면 말려서 국물을 내던가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그런 맛을 연상한다. 그렇지만 이맘때 남해에 가면 싱싱한 멸치회를 먹어볼 수 있다. 남해지역에 설치한 V자 모양의 죽방렴 끝에는 원통형 대나무 통발이 달려 있어 밀물 때 열리고 썰물 때 닫히게 되어 있어서 산 채로 잡힌 멸치는 그물로 잡는 멸치보다 살이 훨씬 탱탱하다.
지난달 봄맞이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던 북신 전통시장의 콘셉트는 바로 북적이다는 것이다. 통영에는 해산물이 유명한 시장들이 여러 곳 있다.
제주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천혜향이나 진지향도 저렴하게 구입해서 먹어볼 수 있다. 꿀 오렌지는 정말 달아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일까. 제철과일이라고 하면 참외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계절이다.
해삼과 멍게, 홍합이 먹기 좋게 손질이 되어 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해산물을 사고 싶은 사람은 그냥 구입하면 된다.
말린 생선으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 생으로 먹는 것보다 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린 생선은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맛에 제대로 된 양념을 한 조림만큼 환상적인 맛도 드물다. 이렇게 말린 생선을 파는 곳을 어물전이라고 부르는데 어물이라 함은 생선류를 총칭하는 말이기도 하면서 제수용이나 반찬감으로 쓸 말린 생선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도시의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 바로 이렇게 싱싱한 멸치들이다. 상추에 멸치회를 듬뿍 얹어 남해의 해풍을 맞고 자란 마늘 하나를 곁들이면 그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 싱싱한 멸치를 샀다면 미나리와 실파를 넣고 고추장, 매실액, 깨소금, 참치액, 들기름, 식초로 양념을 해서 만든 멸치회무침이 그만이다.
북신 전통시장의 곳곳에서 멸치회를 아무렇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부들은 통발 안에 든 멸치가 상처가 나 죽지 않도록 뜰채로 조심스레 떠서 잡아서 멸치가 상처가 없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벼슬아치들은 멸치를 업신여기고 멸시했었다. 멸치(蔑治)의 멸자도 업신여길 멸자를 썼는데 멸치는 본래 습성이 급하기 때문에 그물로 잡아 올리면 바로 죽어버린다 해서 멸할 멸자를 쓰기도 했다는 게 멸치의 어원이다
배가 고픈사람들은 이렇게 간단하게 비빔밥을 만들어서 파는 것으로 요기를 해도 좋다. 요즘에는 이런 나물로 된 비빔밥이 더 당기는 느낌이다.
오래간만에 먹음직스럽게 담가서 만든 김치를 만난다. 여름 하면 시원한 열무김치가 먼저 생각나기도 하지만 싱싱한 무와 알배추를 같이 담아서 만든 신선한 느낌의 김치도 좋다.
올해의 북신 전통시장은 5월 11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이어지는 행사를 통해 지역밀착형 시장임은 물론 통영을 대표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려고 발돋움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것을 몰라도 오래간만에 먹음직스러운 멸치회를 만난 것만으로도 북신 전통시장의 매력은 충분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