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동 농수산시장에서는 어떤 먹거리가 있을까.
맛있는 것, 맛있는 것에 의한, 맛있는 것을 위한 삶은 이 지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때론 중요한 것을 다르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때가 되면 꼭 해야 되는 것은 먹는 것이다. 먹을 것을 찾아서 다니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누구나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요즘에는 그 자유가 정말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간에 우리는 자유롭게 먹을 것을 선택할 수가 있다.
시장 사람들은 항상 바빠 보인다. 철마다 어떤 것이 맛있을지 혹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선택해서 이곳에 보기 좋게 쌓아둔다. 요즘에는 보기 좋게 쌓아두는 것 중에 석화가 있다. 석화는 11월부터 빠지지 않을 겨울철 먹거리다. 대전 대덕구에 자리한 오정동 농수산물 시장에 오니 석화가 보인다.
석화는 보았으니 다른 먹거리가 어떤 것이 있는지도 돌아본다. 많은 먹거리가 있지만 보기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고 때깔이 좋은 것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참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해삼과 멍게, 갑오징어를 이렇게 전시해둔 이유는 무엇일까. 해안가로 가지 않으면 갑오징어를 생물로 보기는 쉽지가 않다. 대전에 있는 농수산물시장에서의 갑오징어는 싱싱하기는 하지만 살아 있지는 않다. 갑오징어를 숙회로 먹으면 그 맛도 참 좋다. 담백한 맛과 함께 고단백질 음식으로 손색이 없는 것이 갑오징어다.
가을 꽃게가 아직 떠나지는 않았다. 조금 있으면 가을 꽃게를 볼 수 없을 테지만 알을 실은 암꽃게들과 함께 숫꽃게도 수조에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날은 꽃게를 찜 쪄먹을 생각이다. 2명이서 먹는다면 6~7만 원 정도면 든든하게 먹어볼 수 있다.
다른 수조로 가보니 줄돔이 보인다. 줄돔도 회로 먹으면 맛있기로 유명한 어종이다. 희고 깨끗한 접시에 마치 잡채처럼 막 썰어 낸 회가 수북이 쌓일 때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줄돔의 매력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줄돔의 수조의 옆에는 쥐치들이 보인다. 쥐치만을 회로 먹어도 좋지만 쥐치와 함께 여럿이 어우러지며 몇 배나 수북한 맛과 푸짐함을 느껴볼 수 있는 잡어회를 선택해보는 것도 좋다. 잡어의 ‘잡(雜)’자는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는 것을 뜻하니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서 좋다.
처음 이야기하면서 김장 이야기를 하지 않았었다. 맞다. 요즘은 김장철이다. 김장철이 되면 주목받는 재료가 바로 젓갈이다. 젓갈 중에서 대중적이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라면 새우젓을 빼놓을 수가 없다. 오정동 농수산물시장에 가면 다양한 새우젓을 구매할 수가 있다.
국내산 민물장어가 있는 곳에는 여지없이 미꾸라지가 있다. 미꾸라지라고 하면 추어를 의미하는데 이곳에 있는 추어들은 얼마나 잘 먹었는지 통통하고 크다. 조금만 더 크면 메기라고 해도 믿을 듯하다.
집에서 생선구이를 잘해 먹지 않는 편이어서 갈치구이를 먹어보지 않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통통하고 빛깔이 좋은 은갈치를 보면 입맛이 저절로 돌기 시작한다. 잘 구워진 갈치나 조림이 된 갈치 살을 흰밥에 얹어서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굴들이 보인다. 망태기에 쌓여 있는 굴은 구워먹었던 혹은 쪄먹었던 그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느낌이 잘 남아 있다.
결국에는 꽃게찜이었다. 큼지막한 꽃게를 다섯 마리를 사서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상차림비를 내고 먹기 시작했다. 꽃게는 문어나 낙지를 무척 싫어한다. 맛있는 꽃게는 역시 살이 풍성한데 냉동 꽃게는 기본적으로 생물의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꽃처럼 생겼다 해서 꽃게가 아니라 꼬챙이라는 뜻의 곶(串) 게가 변형된 꽃게는 지금도 맛이 제대로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