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04-2

2015. 11.22

일요일 아침 광역버스에 있는 사람들을 인질로 삼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바보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을 때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아무 힘도 없고 권력도 없는 내가 전국으로 공개적으로 방송을 탈 수 있는 것이 인질극뿐이라는 것이 우울한 나의 인생의 마지막 쇼일지도 모른다. 8시에 강남역에서 과천으로 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 시간에 14명의 사람들이 3030번 버스에 타고 있었다. 나에게 있는 무기는 글록 19로 장탄수는 15 발인 1988년에 처음 등장한 구형 모델이다. 미국 경찰이나 FBI가 주력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백업용 권총으로 애용하는 권총 중에 하나다. 총이 불법인 한국에서 총을 이야기하는 잡지나 TV 프로그램은 적지 않다. IS는 아니지만 TRTP (트라이 세아톤 트라이페톡사이드)도 하나 가지고 있다. 캔 크기의 이거 하나면 버스 하나 정도는 가볍게 날려버릴 수 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에게 다른 길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저 아저씨 우리 그냥 보내주면 안돼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겁에 질린 채 물어본다.

"그냥 조용히 가면 아무 일 없어요."

"왜 그러시는 거예요? 말로 해결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쉬운 거면... 아니에요." 고개를 저으며 총을 들고 버스의 오른쪽 옆자리에 앉아서 총을 흔들면서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아저씨도 가족이 있을 거 아니에요." 이번에는 40대로 보이는 아줌마가 말을 건다.

"가족... 더 이상 말 걸지 마요. 다치기 싫으면 말이에요." 이런 협박을 내가 할 것이라는 생각조차 못해봤다.


경찰차 10여 대와 경찰특공대를 태운 검은색 차량 1대가 옆을 호위하듯이 따라붙었다. 내 생전에 이렇게 많은 경찰차가 호위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 경찰들이 나를 잡기 위해 출동했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경찰차가 옆에 있는 것은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같다. 이전에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났던 OBS의 김혁 기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버스에 탔다. 물론 버스에 탄 것은 경찰차가 따라붙기 시작하고 20분쯤 지났을 때다. 그래야 사람들이 의심을 안 할 테니 말이다.


"어떻게 제 연락처를 알았어요?"

"이전에 에디터로 활동할 때 지인에게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머 어떻게든 알았다 치죠. 그런데 왜 이런 인질극을 하시는 거죠? 돈인가요?"

"그런데 지금 방송되는 거 맞아요?"

"예. 지금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모든 것을 막을 수는 없으니까요. 방송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유튜브에도 링크되고 있기 때문에 방송되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럼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게요. 지금 나가는 거죠? 어디보고 말하면 되는 건가요?"

"여기 빨간 불 있잖아요? 여기를 보고 하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최현입니다. 그리고 김현철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사람입니다. 저는 일주일 전인 16일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고 있는 살인 용의자입니다. 이렇게 인질극까지 벌이고 있는 저를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1997년에 아버지는 일가족을 살해하고 사형까지 집행된 사람이니까요. 일요일 아침 이런 방송을 보게 된 모든 국민에게 사죄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OBS의 방송과 유튜브로 동시에 송출되는 이 방송은 대부분의 방송사가 연결하여 송출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버스에서 인질극이 벌어져서 온국민들의 관심을 받은 것은 과거 실미도 사건 외에 이번 건이 유일하다. 일요일 아침 8시 30분에 방송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사상초유의 버스 인질극 생방송이 전국의 모든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전 이 버스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이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18년 전의 진실과 제가 지금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고 싶습니다."

"최현 씨. 그렇다면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에 타당한 근거는 있는 건가요? 지금 최현 씨가 하는 행동은 자신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한다고 하더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예 잘 알고 있죠. 이런 불법 무기를 소지했다는 것이나 무고한 사람들을 납치한 것은 모두 중범죄에 속하죠." 현은 가지고 있는 총을 갑자기 들어 사람이 없는 쪽의 창문을 향해 발포했다. 버스의 창문을 모두 깨버릴듯한 굉음과 함께 총알은 버스의 창문을 뚫고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조곤조곤하게 말하던 현의 태도에 조금은 긴장감이 풀려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발사된 총소리에 놀라 화들짝 놀라 몸을 추스리기에 바빴다.


"저거 뭐야? 총쏜거야? 저 새끼 진짜 총을 가지고 있었네."

"진짜. 저게 가능한 거예요?"

"저 새끼 사이코 아냐?"


'모든 경찰들은 독자 행동하지 말고 지금 거리를 유지하라' 비상대책본부에서는 이런 지령이 내려왔다. 이미 통제가 진행되기 시작한 경부고속도로는 엄청난 혼잡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 진입하려는 차량과 진출하려는 차량과 얽혀서 IC 부근에는 대혼잡이 일어났고 전국의 고속도로 주변에서는 자동차 경음과 온갖 욕설이 난무했다. 의외의 돌발행동에 충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경희였다.


"저 사람 네 오빠 아냐?"

"응.. 맞아. 그런데 오빠가 왜."

"대박이다. 고속도로에서 버스 인질극이라니."

"오빠가 저런 행동을 할리 없는데. 오빠 저러다가 죽을지도 몰라. 진희야 내가 말려야 할 것 같아."

"저 차를 따라가자고? 고속도로로 못 들어가게 막았을 것 같은데?"

"그럼 어떻게 해. 그냥 저렇게 놔둬? 안돼 난... 그렇게 할 수 없어."

"넌 오빠를 진짜 믿는 거야? 난 잘 모르겠어. 사람은 겉만 보고 모르는 거잖아."

"진희야. 함부로 말하지 마. 오빠를 못 믿는 거면 나도 못 믿는 거야."

"그래 알았어. 민감하기는..."

"진희야 네 오빠 차 있다고 그랬지? 오빠한테 연락 좀 해줘. 저기로 가자."

"미쳤어? 저기를 무슨 수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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