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간월도의 이야기
바다에 사는 여인들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보다 억척스럽다. 바다에 가면 그 지역의 사투리에 비해 억양이 강하다. 바다의 파도소리를 이겨내며 소통을 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도 여자들이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마산 통술 문화, 통영과 사천의 실비도 그렇게 탄생했다. 충청남도는 남해의 전라도나 경상도에 두드러진 특징은 덜한 편이지만 지역의 독특한 색은 있다. 마늘을 까 봐서 그런지 서산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육쪽마늘이다.
간월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서산의 특산물인 육쪽마늘을 볼 수 있다. 서산 육쪽마늘은 그 전통성과 특수성을 인정받아 2005년 3월 5일 1차 농산물로는 전국 최초로 특허청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되어 있다.
"전라도에서 진상한 마늘보다 충청도 서산 마늘이 품질이 우수하다” - 연산군일기
서산에서 나온 마늘은 진상품으로 영국의 함선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1832년에 서산 간월도 창리포구에 왔던 영국 로드 애머스트호에 소 2두, 돼지 4구(口), 닭 80척(隻), 절인 물고기 4 담, 갖가지 채소 20근, 생강 20근, 파뿌리 20근, 고추 10근과 함께 마늘 뿌리 20근을 주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스페인 무적함대를 물리친 영국은 19세기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서산에 오기 전인 16년 전 영국 함선 알 세트호는 서천 마량진에 가서 성경을 주기도 했다.
간월도는 지금은 육지로 어리굴젓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어리굴젓은 10월에서 3월 사이에 너무 크지 않고 통통한 굴을 골라 담가야 맛이 좋다. 서산의 육쪽마늘이 진상품인데 서산군 간월도의 어리굴젓을 진상품으로 썼다고 하며, 지금까지 만드는 법이 전해오고 있다.
굴을 채취하는 아낙네 세 명의 청동상의 조형물로 설치가 되어 있다.
허리 한 번 피지 못하고 바닷가에서 보냈을 여인의 삶이 잘 표현되어 있다. 지난 1990년 세워진 이 기념탑은, 높이 15m 정도의 흰색 시멘트 탑 끝에 굴 모양의 조형물이 매달려 있다.
갯벌에 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해서 살고 있음을 깨닫고 지금은 다시 친수공간으로 바꾸고 있는 지역들도 늘어나고 있다.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어느 날 둥근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때부터 섬의 이름도 '달을 본다'는 뜻의 ‘간월도’로 불리어졌고 절 이름도 ‘간월암’이 되었다.
앞서 말한 서산의 어리굴젓이 맛이 있는 이유는 굴의 생태학적인 특성 때문이다. 이곳 굴은 물살이 거센 바위에 붙어 있기 위해 빨판이 발달됐고 파도에 시달리다 보니 육질도 단단해져서 식감을 돋운다.
간월도에서는 매년 초에 굴 부르기 군왕제를 하고 있다. 간월도가 유명해진 것은 1983년 천수만 간척공사로 둑길이 생기면서부터다.
새조개, 육쪽마늘, 어리굴젓 등 먹을 것이 넘치는 서산의 간월도는 둥근 딸이 뜬다는 의미처럼 풍류가 있는 곳이다. 간월도를 그린 산수화를 간월화라고 불렀다.
잔손이 많이 들어가고 찬바람을 맞으며 손등을 찍히면서 품이 팔아야 생산되었던 어리굴젓은 노동력으로 인해 탄생하는 맛이다. 겨울이 끝나는 시기에 하던 굴 부르기 군왕제와 노래는 지역만의 색깔이며 서산 간월도 여인네들의 삶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