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린 것의 가치

나야, 나! 고경숙 그림책 원화전

창작을 업으로 해서 사는 사람들 중에 자신의 작품이 크고 작건간에 소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글이면 글, 그림이면 그림, 음악이면 음악 모든 것에 생명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창작활동을 한다. 그렇지만 잘 버려야 새로운 것도 만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명력이 부여된 그림이나 글이 어느 순간엔가 옆에 갑작스럽게 등장할 때가 있다. 가지는 것보다 버려야 더 잘 살 수 있다는 심플 라이프가 등장한 지금 버린 것의 가치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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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사옥은 오래간만에 다시 찾아온다. 보통 대전일보 사옥 1층의 랩 마스에서 하는 전시전은 보통 2개월 동안 진행이 되기에 전시전이 자주 있지는 않다. 커피숍의 한편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커피와 문화가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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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숙 작가는 자신의 휴지통에 던져진 그림 한 점을 우연하게 꺼내보면서 자신이 그 그림을 왜 버렸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를 버리며 살아갈 텐데 하면서 나야, 나!라는 책을 출간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작품이지만 패자부활전인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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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든 긴 글이 든 간에 펜에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보내야 하는 대상이 원하는 글과의 적당한 선을 잘 지킨다. 자신의 소신을 버리면서까지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결국 외면하는 일이다. 좋게 말하면 소신일 수 있고 안 좋게 말하면 고집일 수 있다. 고경숙 작가는 붓의 한 획 속에 스케치와 컬러가 한 번에 표현되는 그림의 경우 맘에 들지 않아 버린 그림들이 매일 한 드럼통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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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슨 일'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왜' 버리고 살까라는 질문을 담으려고 ㅎㅆ다고 한다. 책 속의 그림들이 전시공간 안에 책 속에서 튀어나와서 책 보다 커다란 원래 모습으로 걸려 있다. 이 곳에 있는 작품들은 유화와 콘데, 종잇조각 등을 '구성주의적'으로 이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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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듯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그냥 막 이것저것을 재미로 그냥 그리고 디스플레이를 위한 작업들처럼 보인다. 조금만 손대면 어디선가에서 잘 사용될 그림들이 보이는 것 같다.


"혹시 버린 그림 중에 예쁜 여자아이 캐릭터가 버려져서 어딘가에서 날 찾고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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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글에 대해서 필자에게 말하기도 한다. 분명히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하면 당연히 완성도는 높아진다. 그렇지만 필자에게 주어진 시간도 역시 한계가 있다. 아무리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시간이라는 화폐는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워라벨의 균형을 깨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시간을 채울 방법이 없는 사람은 일이 사라지면 목줄에 묶인 개처럼 비참해진다."

- 조지 오웰 (George Or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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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그림 중에서 썩 맘에 들지는 않는데 버리기도 아깝고 애매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쓸만한 부분만 오리거나 덧칠 및 재구성을 해서 작품들이 탄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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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고경숙은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단국대 동양화과와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그래픽을 전공했다. 책 '짜장 짬뽕 탕수육'을 통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했다.


랩 마스 갤러리 (대전일보사 1층)

2019년 7월 1일 ~ 8월 31일

"나야, 나!" 고경숙 그림책 원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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