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04-5

정면돌파

"잠시 카메라 좀 꺼주시겠어요?"

"왜요? 더 이상 할 말이 없나요?"


현은 들고 있는 폰에 도착한 메시지를 보았다. '수원 신갈 IC 바리케이드' 지금 이 속도로 간다면 20분이면 도착하게 된다. 대치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결국 대치 상황에 이르다가 잡히던지 무고한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내가 인질극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비난은 나에게 쏟아질 것이다. 현은 들고 있던 총을 조용하게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무릎을 꿇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승객들은 모두 어리둥절하면서 쳐다보았다.


"전 여기까지입니다. 모두에게 죄송합니다."

"그게... 무슨..."

"제 말을 믿던 못 믿든 간에 이 행동만큼은 진심입니다. 이 총에는 아까 쏜 실탄 한 발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포탄입니다. 그리고 이 가방에는 폭탄이 아니라 연막탄만 3개 들어 있습니다."

30대 중반의 여자가 앞으로 나오면서 바닥에 놓여 있던 총을 들면서 현에게 물었다.

"그럼 왜 이런 인질극을 한 거죠?"

"제가 무고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한 이슈를 만들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 버스에 타고 있는 누군가라도 다친다면 의미조차도 없어질 테니까요. 저들은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일요일에 어딜 가는지 잘 차려입은 남자가 나오며 승객들이 있는 뒤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전 이 남자의 진심을 믿습니다. 만약 이 남자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걸로 끝날까요? 스스로 잡힌다면 결국 이슈화되기는 하겠지만 2주쯤 지나면 잊히고 저 사람은 감옥에 갇힌 채 진실은 잊힐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요"

사람들은 웅성웅성하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한국은 매번 그랬어. 머 일이 터지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다가 금방 사그라들었지. 무엇이 진실인지도 몰라."

"그렇다고 해서 인질극까지 벌인 저 남자를 믿을 수 있겠어?"

"이 정도까지 하고 저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진실된 것이 아닐까?"

"시간이 별로 없을 테니 빨리 결정하죠." 아까 말했던 남자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현씨라고 했나요? 만약 여기서 안 잡힌다면 그 돈을 증명할 수는 있어요?"

"실마리를 잡았고요. 분명한 사실입니다. 증명하겠습니다."

"그럼 위험이 있는 만큼 모두의 동의를 얻어 계획을 세워보죠. 이 남자를 믿을 수 있겠다는 사람은 우선 거수로 손을 들어주세요."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쭈볏쭈볏 대기 시작했다. 누구도 손을 들고 있지 않자 남자는 자신의 손을 먼저 들었다.

"전 믿습니다." 30대 중반의 여자와 20대로 보이는 남자 두 명, 기자, 중년의 여자 두 명, 중년의 남자 두 명이 이어 손을 들었다. 50대의 남자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난 계획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네. 현씨라고 했나? 말해보게."

"이런 상황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플랜 B를 생각하긴 했습니다. 우선 하행선 쪽은 멀지 않은 곳에 바리케이드와 경찰력이 집중되어 있을 겁니다. 반면 상행선 쪽에는 경찰들이 있긴 하겠지만 차벽을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대응을 하기 전에 턴을 한 다음 역주행해서 다시 올라갑니다. 그러면 일부 경찰차가 위쪽으로 올라가겠지만 빈틈이 생기게 됩니다. 양재 IC 부근에서 버스를 정차 총을 창문 밖으로 던진 후 위험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경찰로부터 사격받을 위험성을 줄입니다. 그 후 연막탄 세 개를 버스의 앞과 뒤쪽에 던진 다음 앞문과 뒷문으로 승객과 버스 운전사 모두가 빠져나가 사방으로 뛰어갑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제가 입고 있던 옷을 누군가가 입고 경찰과 가장 먼 반향으로 뛰어가셔야 합니다."

"그럴 듯 하기는 한데 누가 저 남자 역할을 한대. 아무리 권총이 없다고 해도 위험할 수도 있잖아."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이 상황을 주도하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앞으로 나오려고 할 때 갑자기 날 래보이는 20대의 젊은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제가 하죠."

"위험할 텐데 괜찮겠어요? 그리고 공무집행 방해로 잡힐 수도 있어요."

"전 영화를 봐도 결말을 안 보면 못 견디거든요. 결말을 봐야죠. 그리고 잡히면 협박받았다고 할 겁니다."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거수로 결정하겠습니다."

"갑자기 우리들이 일요일 아침 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버렸네."

"그래. 언제 이렇게 TV에 나와보겠어. " 사람들은 한두 명씩 손을 들었다. 마지막 남은 40대로 보이는 주부가 쭈볏쭈볏하고 있었다.


"진짜 괜찮겠죠?"

"전국에 생방송되고 있을 텐데 무슨 일 있겠어요?"

"그럼 뭐..."

"가장 중요한 분 중 하나. 버스기사님 괜찮으시겠어요?"

"난 원래 이나라 정치인들이 가장 싫었어. 당신이 정말 무죄라면 반드시 밝히길 바라네. 괜히 우리들만 헛짓거리 한 거로 만들지 말고."

"예 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선 1차선으로 붙어 주시고 경찰이 예측 못할 만큼 가속도를 최대한 줄이지 않고 턴을 해야 합니다.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릴 테니 오른쪽으로 모두 붙여주세요."


운전기사는 버스를 1차로 쪽으로 운전하기 시작했다. 좌측에서 따라오던 경찰차가 앞뒤로 빠졌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경찰 관계자는 의아하게 쳐다봤다.


"저거 뭐하려는 거야. 왜 1차선으로 붙인 거야. 무슨 속셈이지."


버스는 갑작스럽게 우측으로 돌기 시작했다. 오른쪽 바퀴가 들리면서 좌측에서 오던 경찰차의 후미를 추돌하고 뒤이어 오던 다른 경찰차는 버스 앞바퀴에 충돌한 후 한쪽으로 돌아간 채 멈추어 섰다. 좌측 바퀴에서는 굉음이 나면서 버스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아우성치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는 모두 오른쪽에 붙어서 최대한 전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겨우 턴을 했지만 부족한 회전반경은 오른쪽의 갓길 가드레일을 부딪치면서 날카로운 마찰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저 미친 저 새끼 무슨 속셈이야. 갑자기 역주행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경찰력을 바리케이드 부근에 집중시켰던 경찰들은 당황해했다. 당황한 경찰들은 무전기로 시급하게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성공적으로 턴을 한 버스는 다시 서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버스는 가속을 하며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양재까지 가는 길은 7km쯤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왜 양재 ic예요?" 30대의 여자가 현에게 물어보았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이 있어요."

"그러면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위험한 상황을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요?"

"솔직히 예상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면 돌파를 한다면 가능성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뭐 스톡홀름 증후군도 아니고. 홀린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바쁘신 분도 계실 텐데요."

"아무튼 여기까지 왔으니 잡히지나 마요."

"예 감사합니다. 기사님 얼마나 남았죠?"

"한 5분쯤 있으면 도착할 것 같은데."


"인질들을 태운 버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서 상행선으로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양재 IC와 서초 IC에서 차량의 진입을 막고 운행하던 차량도 모두 옆으로 정차하고 있어서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바로 앞 상황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카메라로 아래 버스의 진행방향을 촬영하면서 기자는 중계하고 있었다.


양재 IC를 조금 못 간 부근의 서울 만남 휴게소 방향에서 버스는 멈추어 섰다. 전면에는 경찰차 2대, 따라오던 경 찰다 5대를 제외하고 경찰은 없는 상태였다. 총 경찰의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했다. 극한의 위험에 처하지 않는다면 총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온 상태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부근에는 2개 방송사 차량이 도착한 상태였다. 갑자기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버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화들짝 놀라 남자를 저지했다. 방송사 카메라는 갑작스럽게 돌출 행동을 한 남자를 비추었다.


"전 18년 전 저 버스 안에 있는 현이라는 사람의 아버지의 사형을 집행했던 사람입니다."


정차된 차에서 나와 이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웅성웅성하기 시작했고 방송사 카메라는 50대 남자를 줌인했다.


"법은 그 사람을 사형을 집행했지만 전 그 남자의 무죄를 믿습니다. 그리고 저 안에 있는 그 사람의 아들의 무죄도 믿는 사람입니다. " 뜻밖의 발언에 당황한 것은 경찰이었다. 무전으로 남자의 발언을 막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경찰은 남자를 제지하고 끌어내려는 순간 버스의 창문이 요란하게 깨졌다. 그리고 이어 검은색 물건이 멀리 떨어졌다. 총이었다. 근처에 있던 경찰이 총을 획득했다. 이어 엄교도관은 말을 이었다.


"현 잡히지 말게. 꼭 살아서 증명하게나. 도망처 살아남아. 그래야 내 딸도..." 경찰이 제지하면서 더 이상 말을 이을 수는 없었다. 버스 안에서 연막탄이 앞과 뒤로 나오면서 버스를 감싸기 시작했다. 3~4초쯤 흘렀을까. 갑작스럽게 버스의 앞문과 뒷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나오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중 현으로 보이는 남자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마침 교통 체증이 심한 그곳의 차량속도는 5km가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무사히 5차로를 건넌 남자는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경찰 6~7명이 그 뒤를 쫓으면서 차로를 넘었다.


사방으로 흩어진 사람 중에 현도 있었다. 모자를 쓰고 조용하게 인파 속으로 묻힌 현은 만남의 광장 옆쪽으로 조용하게 내려갔다. 거기에는 스타크래프트 차량이 한 대 대기하고 있었다. 현이 다가오자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여자가 문을 열고 그를 맞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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