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농다리 여름 걷기
역시 여름에는 어디를 돌아다녀도 땀이 안 날 수가 없다. 뜨거운 태양을 친구 삼아 진천의 대표적인 여행지 농다리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농다리는 세금천에 놓인 돌다리로 대바구니 농(籠) 자를 쓴다. 대바구니처럼 짜인 돌과 돌 사이로 물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늘에서 드론으로 보면 지네가 기어가는 모습을 닮아 '지네 다리'라고도 불리는 다리다.
항상 진천에 들어오면 내비게이션에서 생거진천이라는 말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전설이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진천과 용인에 생년월일이 같은 추천석이란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저승사자가 용인의 추천석 대신 진천에 사는 추천석을 데려가는 바람에 혼란이 생겼다고 한다.
전설을 읽으면서 돌다리를 건너가 본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면 진천의 추석천은 장사를 지낸 탓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저승사자는 용인의 추천석을 데려와 그의 몸에 진천 추천석의 영혼을 넣어 환생시켰다고 한다.
그랬더니 가족들이 믿지 못해 지역의 현감에게 가서 판결을 구했다고 한다. 다행히 중국의 포청천처럼 현명한 사람이었던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진천의 추천석이 확실하므로 살아서는 진천에 살고, 죽어서는 용인으로 돌아가라고 판결했다. 이후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란 말이 생겼다고 한다.
더운 여름날이지만 물에서 잠시 더위를 빼앗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잠시 견딜만하였다. 건넌 후 수변탐방로를 700m 쯤 걸으면 쉼터가 나타난다. 쉼터 뒤편으로 향하면 농암정으로 향하는 비탈이 시작된다.
여름이라 그런지 몰라도 물에서 날파리 같은 것이 생겨서 날아다니고 있다. 비탈길은 말 발자국 바위가 있는 전망대로 곧장 이어지는데 농다리를 다시 한번 감상한 후 인공폭포 쪽으로 향해서 올라갔다.
이곳에는 농다리 인공폭포가 만들어져 있다. 농다리 인공폭포는 운영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인공폭포는 흐르지 않고 있었다.
잠시 흙길을 걸어서 농다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본다. 이곳을 흘러가는 세금천(洗錦川)은 세금과 천으로 나뉜다. 세금을 전부 요소로 쓰고 있는 지명은 세금 모로기·세금 비대·세금산·세금정 정도로, 대부분 특별한 유래설이 전하지 않는다.
계단 길로 전망대에 올라 뒤돌아서자 농다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정말이지 거대한 지네가 꿈틀거리며 물을 건너는 것처럼 보인다. 세금천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인조반정(仁祖反正) 때 이귀(李貴)·김류(金鎏)를 비롯한 지사들이 이곳에 모여 광해군을 폐위할 것을 의논하고 칼을 씻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러나 ‘칼을 씻은 내’ 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라고 한다.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된 농다리는 사력 암질 자석(紫石)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만들었는데, 밟으면 움직이고 잡아당기면 돌아가는 돌이 있어 농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세월이 흐르다가 보면 더 많은 전설이 만들어져 전해질 것이다. 가장 믿고 싶고 생각이 깊어지는 전설은 바로 생거진천의 전설이다. 살아서는 진천에서 살아야 할 정도로 진천이라는 지역이 살아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지역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